생생부천

상세검색
복사골이야기우리동네 희망일기
늦은 시작이어도 좋아
부천시청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4.01.18  10:32:14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모든 게 엉망이 됐어요. 아내가 떠난 뒤로요.

    임씨 할아버지를 만난 건 할머니를 여의고 2달이 채 안되었을 때입니다. 할머니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자궁암 4기였다고 합니다. 수술 후 항암 치료만 받으면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5차 항암을 하러 병원에 간 할머니가 치료 중에 상태가 악화되어 갑자기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이별을 맞았습니다. 준비 없는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된 할아버지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부부는 자식이 없어 서로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잉꼬라고 소문날 정도로 사이도 좋아 홀로 된 후 지독한 외로움과 상실을 겪고 있었습니다. 외출도 안 하고 TV도 안 보고 매일 멍하게 앉아있고 종일 눈물만 나온다고 합니다. 유일한 외출은 할머니와 다니던 교회인데, 교회에서도 누구와도 얘기 나누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돌아옵니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 몸이 아파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글씨를 못써 은행 업무나 서류작성, 공과금 납부 등 모든 것을 할머니가 처리해왔고 그만큼 의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가 불을 밝혀줘 살았어. 등불과 같은 존재인데 등불이 꺼져버렸어”

    살아있는 게 고통입니다.

    혼자 살아갈 두려움도 컸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 자신이 없어 음독자살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죽으려고 농약과 쥐약을 사두고 20일째 약을 손에 들었다 놨다 합니다.

    글쓰기가 안되 일상생활을 하는데 무섭고 두려움이 컸습니다. 이름 하나 쓰지 못해 은행도 무섭고 병원에 가는 것도, 주민지원센터에 가는 것도 모두 무섭다고 합니다.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데 살아봐야 뭐해...사는 것이 힘들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살아 있는 게 고통이야”

    불안한 정서 상태와 우울감, 자살 위험성이 높아 부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자살 위기관리를 의뢰하였고 매주 방문 관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사례관리사 혼자서 분투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업하면서 부담은 낮추고 저도 힘을 얻었습니다.

    자살 도구를 회수하려고만 하면 화내고 주지 않으셨는데 어느 날 건네줄 때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기초연금도 반으로 줄었어.

    기초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배움이 없어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일당제 일을 하느라 국민연금을 넣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끼고 아껴 겨우 집 한 채 마련했으나 생활비가 부족합니다. 할머니 생전에는 2인 기초연금을 받아 겨울철에 난방을 참으면서 겨우 지냈는데 이젠 그마저도 1인으로 받아야 해서 살아갈 길도 막막했습니다.

    75세의 고령이기에 제도적 지원을 검토했지만 자가 소유인 빌라 가격이 2022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지원기준을 넘어버립니다.

    “늙어서 집 없으면 쫒겨날까봐 집을 샀더니...이럴 줄 알았으면 집을 안 샀지,,,”

    의료비 부담이라도 줄이고자 차상위본인부담경감을 안내했지만 혼자 병원에 가면 접수증에 이름을 쓸 수 없고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말 할 자신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병원에 동행하여 도움을 드리고 주민지원센터에 제출할 서류작성을 도와 의료비 감경을 받았습니다.

    사례관리 추천 사유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였으며, 집 근처 병원에서도 100만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23년 국민기초생활 보장기준이 완화되어 생계급여, 의료급여 신청을 할 수 있었고 이제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장애수당도 받게 되어 경제적으로 생활하기가 한결 나아졌습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신청하여 주2회 생활관리사가 방문하여 세탁기 사용법도 익히고, 정서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혼자서도 세탁기 사용은 잘 하시지만 음식 조리는 버거워 하십니다. 모퉁이쉼터라는 청소년 쉼터에서 매월 자립 준비를 위해 음식을 조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만든 반찬을 지역에 기부해주셔서 할아버지를 연계해드렸습니다. 월 1회 모퉁이쉼터 반찬 지원과 함께 가끔씩 시장 상인회, 새마을부녀회, 마을자치회 등을 통해 김치 종류와 반찬을 후원받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름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

    할아버지는 필압이 너무 약하고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얇은 연필심이나 볼펜으로 연습하는 것보다는 두꺼운 싸인펜으로 따라 쓸 수 있도록 이름 연습장을 만들어드렸습니다. 큰 글자 이름을 먼저 연습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힘이 생기자 글자 크기를 점차 줄여갔습니다. 나중에는 빈 노트에 이름쓰기 연습을 하였습니다. 스프링 노트와 싸인펜도 지원해드렸습니다.

    여러 기관의 한글 교실 정보를 제공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할아버지에게 주었습니다. 한글 교실뿐 아니라 은행 업무, 주민센터 방문,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 등 사례관리 내내 선택하고 해보는 연습을 하게 했고, 자신감을 갖는 열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씨 할아버지는 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 2회 한글 교실을 시작합니다.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월반할 정도로 수준이 늘고 받아쓰기도 칭찬받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좋아하십니다. 처음 만나 사례관리 동의서를 받을 때는 사례관리사가 이름을 써드리고 할아버지는 서명란에 동그라미(O)만 그렸는데 지금은 이름은 물론 어려운 겹받침 글자가 들어간 문장도 잘 쓰십니다.

    무엇보다 큰 역할은 한글을 통한 자신감입니다. 이제는 은행직원 앞에서 이름을 쓰고 돈을 찾고, 주민센터에서도 이름을 쓰고 종량제봉투를 타오십니다. 어디서든 서류를 받아도 두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내가 해낼 수 있네!

    사례관리는 혼자 살아나 갈 수 있게 힘을 키우는 과정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배우자가 모든 걸 해주다가 혼자 남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전혀 없는 것에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그 이유의 시작이 한글 공부였습니다.

    사례관리를 통해 상실의 고비를 겪어 내는 것, 혼자 살아갈 능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할아버지의 특성상 능동적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뭔가를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였습니다.

    한글 교실 수업과 교회 주말농장 사업에 참여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고 여러 연계된 기관의 도움으로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었습니다. 이름 쓰기에서 시작된 자신감이라는 결실도 사례관리사와 할아버지의 진심이 닿은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할머니의 첫 기일이 지나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십니다.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데 한번을 안 찾아온다고 얘기하십니다. 만나면 “거기가 좋아?”라고 물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언젠가 당신도 건강이 나빠져서 자연스럽게 할머니 곁으로 갈 때까지 혼자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거기가 좋아? 난 잘 해내고 있어!” 

      이미지  
     
    [부천동행정복지센터 복지과 김금숙 통합사례관리사]
    부천시청의 다른기사 보기  
    생생부천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부천핸썹TV
    • 의문의 상자...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 부천 체육시설 다 알려드림
    • 부천시 영업왕 VS. 부천대 영업왕
    • 낮엔 누구나 가능하고, 밤엔 계약자만 가능한 것?
    포토뉴스
    부천툰
    칼럼
    진달래 동산과 첨단산업도시 부천

    진달래 동산과 첨단산업도시 부천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공무원의 광기를 보여주...
    고시공 정책백서 페이스북 소셜허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