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5천 원, 파마 2만 5천 원.. 미용실에 들어서자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용협회에서 책정한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요금이다. 장말로 107-1. 3차 한아름마을 동원상가에 위치한 은하머리방(대표 최경신, 64)은 1995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미용실을 운영, 22년째 미용요금이 동결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대폭 할인된 금액을 적용해 주머니가 얇은 어르신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1층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장애인 손님은 무료로 해주고 날씨가 좋으면 미용실 밖에서 머리손질을 해주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한 루게릭병 환자나 중증뇌성마비 환자들은 가정을 방문해 커트를 해준다. 한 달에 한 번 휴무일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방문해 미용 봉사를 한다. 벽지 어르신들의 이미용을 지원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커트와 머리염색 방법을 가르쳐 주고 염색약을 챙겨 보내기도 한다.

매년 1월 1일 하루 수입액은 전액 기부를 한다. 가끔 손님들이 수고했다면서 자장면 사 먹으라고 주는 웃돈 등을 더해 모았다가 연간 수입액의 1퍼센트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쓴다. 교통사고 합의금이 모자란 딱한 사연을 듣고 기부를 하기도 하고 만만찮은 골수이식 검사비를 대준 적도 있다. "처음에는 연말에 기부할 목적으로 매월 수입액의 1퍼센트를 떼어 단지에 모았다. 1년이 되니 제법 큰돈이 모아져 솔직히 망설여졌다. 그 다음부터는 1년 치 기부액을 1월에 미리 하고 있다. 기부 대상은 그때그때 목돈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이라고 최 원장은 말한다.

최 원장이 봉사를 시작한 데는 사연이 있다. 16년 전, 남편이 후두암 투병 끝에 성대를 들어내는 수술을 해 현재 음성장애를 갖고 있다. 남편만 살릴 수 있다면 남은 삶을 아낌없이 봉사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스스로 한 약속을 미루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최 원장은 밝고 환한 계통의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특별한 복장에 대해 그는 "43년 째 미용 일을 하고 있으니 이 분야의 프로(professional)죠. 이곳에 머리만 하러 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러 오거나 인생상담을 하러 오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잘 차려입고 손님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 지난 1월 시정설명회에서 부천시장 표창을 받은 최경신 원장

저렴한 요금 때문에 근방의 미용실에서 수차례 항의 방문을 받고, 가격위반으로 벌금을 내는 등 한때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최 원장의 진심을 알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사이가 됐다. 개업 초기부터 단골인 이정희(79)어르신은 "경로우대 금액에 편안하고 친절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12년 째 단골인 박인경(55)씨는 본인은 물론 수원 사는 친정 어머니도 머리하러 일부러 방문할 정도라고. 15년 단골의 주경희(54)씨는 "언니 같은 다정함과 따뜻함에 꾸준히 이용하는데 좋은 일까지 하고 있어 존경스럽다. 은하머리방은 동네 사랑방이면서 인생상담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알음알음으로 어려운 분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도왔지만 앞으로는 정기적인 후원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더 많이 돕고 싶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70대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최 원장은 2014년 경기도지사상,  2017년에는 부천시장상을 수상했다.

은하머리방 323-7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