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분들, 몸 녹이고 한숨 돌리고 가세요! - 부천시 ‘혹한기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 18곳에서 운영
추워도 너무 춥다. 올겨울 들어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춥다. 이렇게 추운 날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은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싶다. 이런 강추위에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를 찾아본다.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이곳은 라이더분들이 많이 애용해요. 오토바이 수리 왔다가 쉬어가시기도 하고 콜이 뜸할 때 대기할 장소가 없으니 이곳에 모이기도 하고요. 따뜻하게 차 한잔 마시고 핫팩도 하나 붙이고 추위로 얼어붙은 몸도 마음도 여기서 잠시나마 푸는 거죠.”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 중의 하나인 엠바이크 대표 유재춘 씨의 소감이다(엠바이크는 오토바이 수리점으로 시에서 제공한 지원금과 물품 등으로 이동노동자들의 쉼터를 늦은 영업시간까지 제공하고 있다).
▲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에서 쉬고 있는 이동노동자들의 모습
부천시는 지난 1월 10일부터 관내 18곳에서 '혹한기 이동노동자 한파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는 배달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주로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런 분들이 잠시 업무와 업무 중 잠시 쉬거나 대기하기 위해 커피숍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두 번이 아니고 매번 커피를 주문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동노동자들이 추위 속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이곳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이다.

옹기종기 몇 분이 온풍기에 옆에 앉아 연신 핸드폰 콜을 보고 있다. 필자가 취재를 간 날이 체감온도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는데,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아 역곡, 심곡동, 옥길동 지역은 배달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동노동자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 엠바이크 앞에 설치된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 모습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어 따뜻한 음료도, 핫팩도 몸도 녹여 갈 수 있어 고맙기는 하지만 시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천막만 휑하니 있어서 저희가 의자랑 테이블이랑 비치했어요. 온풍기도 엠바이크에서 제공해 주셨고요. 추운데 잠시 쉬려고 들어와 맨바닥에 앉을 수는 없잖아요. 컵라면 하나라도 먹으려면 테이블도 있어야 하고요”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박근수 부위원장의 의견이다. 직접 이곳에 한파 쉼터를 신청해 직접 쉼터를 설치하였기에 현장 운영에 있어서 필요한 지원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 에서 이동노동자들에게 방한용품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부천시 조사에 의하면 관내 18곳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는 하루 150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 중 13곳은 오후 4시~6시 사이에 운영이 끝나고 5곳이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쉼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접근이 용이한 1층에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따뜻한 방안에서 손가락 하나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누군가가 이 추위에 흘린 땀방울의 결과물이다. 눈 오고 얼어붙은 매서운 2월의 도로의 길에서 이동노동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그들의 몫을 감당할 수 있게 되길, 이들의 곁에 ‘혹한기 이동노동자 한파 쉼터’가 잠시 들릴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온기를 품은 쉼터의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