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날, 부천시민학습원 앞마당에서는 작은 장터가 열렸다. 이름하여 ‘커스텀 마켓_취향發견’ — 배움이 물건이 되고, 취향이 시장이 되는 특별한 하루였다. 따뜻한 늦가을 햇살,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 커피 향과 라벤더 오일의 은은한 냄새가 섞인 바람이 장터 곳곳에서 어우러졌다.
이날 행사는 ‘2025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사업’의 하나로, 시민이 배우고 익힌 것을 직접 기획·제작하여 세상과 나누는 참여형 학습 축제였다. 누군가는 배운 디자인으로 가방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스탬프로 그립톡을 만들었다. 어쩜 이런 아이디어로 이런 제품을 만들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 그대로 ‘취향 대발견’이다. 개성 만점의 작품들을 구경하는 판매 부스마다 “이건 제가 만든 거예요”라는 말이 이어진다.


▲ 지난 1일 부천시민학습원 앞마당에서 배움이 물건이 되고, 취향이 시장이 되는 특별한 ‘커스텀 마켓_취향發견’ 작은 장터가 열렸다.
웬 영어 교재가...? 눈길을 끄는 작품하나가 공동부스에서 눈길을 끈다. “시니어분들을 위한 영어 교재인 ‘동주, 영어로 만나다’입니다. 영어를 막 시작하는 어르신을 위한 교재입니다.” 독립출판 ‘해사한 서가’에서 나온 작품이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어르신들이 윤동주의 시로 영어 학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재다. 책 속 글자는 크고 또렷하며, QR코드를 찍으면 발음 영상을 들을 수도 있다.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 ‘해사한 서가’의 독특한 책뿐 아니라, 어르신들이 쓰기 쉽게 조각 크기를 키운 퍼즐과 그 퍼즐을 담기에는 아까울 만큼 정성스럽게 디자인된 파우치도 눈길을 끌었다.


▲ 독립출판 '해사한 서가'의 ‘동주, 영어로 만나다’와 퍼즐, 파우치 모습
부천시는 올해 5월부터 부천시평생학습센터, 부천일드림센터, 코끼리협동조합, 부천평생교육사협회 등 4개 기관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5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사업을 공동 운영해 왔다. 이번 ‘커스텀 마켓_취향發견’은 단순한 플리마켓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가 지역 경제와 문화로 이어지는 실험의 장(場)이었다. 시민이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판매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 기반을 제공했고 오늘은 그 결과를 펼쳐놓는 자리였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지역 학습동아리가 운영하는 감성 스탬프 만들기, 풍선아트 체험 등이, 다른 한쪽에는 ‘2025 부천생애학교’ 시민 강사들이 숙면용 룸 스프레이 만들기, 이혈테라피, 나만의 이끼 화분 만들기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2025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사업’의 하나로, 시민이 배우고 익힌 것을 직접 기획·제작하여 세상과 나누는 참여형 학습 축제였다.
“오늘은 저희 학습자의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날이에요. 사회공헌의 의미도 있고요.” 체험 부스를 운영하던 한 시민 강사가 말한다. 그녀가 정성스럽게 내린 드립 커피 한 잔을 받는다. 그녀의 말처럼, 이곳의 학습은 단지 교실에 머물지 않았다.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순환 구조가 이 플리마켓의 본질이었다.
'배워서 남 주느냐'라는 말이 있다. 배우면 써먹는다. 오늘 행사는 배움이 경제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배움이 곧 일상이 되고, 취향이 곧 문화가 되는 도시 — 그곳이 바로 부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