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종이 팩에 다시 생명을… 부천 까치울역 카페거리에서 만난 자원순환의 현장

우유나 두유, 주스, 단백질 음료 등을 마신 뒤 남는 종이 팩은 우리 생활에서 흔하게 접하는 포장재다. 하지만 다 마신 뒤 무심코 일반 종이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면 재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특히 종이 팩은 깨끗하게 씻고 말려 분리배출해야 다시 자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9월 13일 일요일 오후 1시, 부천 까치울역 카페거리에서 열린 ‘종이팩 카페투어’ 현장을 찾았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가 마련한 이날 프로그램은 종이 팩 수거 현장을 시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자원순환의 과정을 체험하면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행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  ‘구해줘! 종이팩 자원순환 체험’ 부스를 찾은 시민들


행사장에서는 먼저 ‘구해줘! 종이팩 자원순환 체험’ 부스가 시민들을 맞았다. 우유 팩을 활용해 책갈피와 명함지갑을 만들어보는 체험이 진행되자 카페거리를 산책하던 가족과 아이와 함께 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하나둘 부스로 모여들었다. 평소라면 다 마신 뒤 버렸을 우유 팩이 책갈피나 명함 지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신기해했고, 보호자들도 자연스럽게 종이 팩 재활용에 관심을 보였다.



우유 팩을 활용해 책갈피(좌측)와 명함지갑(우측) 만들기


아이와 함께 체험에 참여한 김지수 씨(괴안동)는 “아이와 함께 카페 산책을 나왔다가 체험 부스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우유 팩으로 책갈피를 만들어봤는데 설명을 듣고 직접 해보니 의미가 좋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김지수 씨와 자녀


오후 3시가 되자 사전 신청자와 현장 참여 시민들이 모이며 ‘종이팩 카페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투어는 자원봉사센터 정우분 선생님이 도슨트를 맡아 종이 팩의 자원순환 과정과 수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정우분 선생님은 투어에 앞서 우리나라 종이 팩 수거와 재활용의 엄혹한 현실을 짚었다. 연간 약 7만 톤의 종이 팩이 발생하지만, 2022년 기준 재활용률은 단 13%에 불과하다. 이는 2018년의 85%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로, 종이 팩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종이 팩은 캔이나 페트병과 달리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하게 헹군 뒤 잘 말리고, 때에 따라 잘라 펼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해 손이 많이 간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반 폐지나 쓰레기로 버리곤 하지만, 제대로 모으면 휴지 등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자원이다.



자원봉사센터 정우분 선생님 투어 전 설명


우리가 흔히 마시는 우유 팩뿐만 아니라 두유 팩, 단백질 음료 팩, 멸균 팩 등 다양한 종류가 모두 자원순환의 대상이다. 멸균 팩으로 만든 재생 휴지는 노란빛을, 우유팩으로 만든 재생 휴지는 흰색을 띠는 등 실제 생활용품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부천시에서는 시민들이 모은 종이 팩을 종량제봉투로 교환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며 자원순환을 독려하고 있다. 종이 팩 1kg을 모으면 종량제봉투 10L 1매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는 우유 1,000ml 종이 팩 약 35개, 멸균 팩 200ml는 약 100개 정도에 해당한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실제 생활 속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정우분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수레를 끌고 카페거리로 향했다. 이날은 휴무인 한 곳을 제외하고 총 8곳의 카페를 방문했다. 각 카페에 도착할 때마다 사장님들이 미리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헹구고 잘 말려둔 우유 팩을 전달했다. 매장 안에 종이 팩을 모아두거나, 별도로 마련한 ‘밀크 박스’에 넣어두어 봉사자들이 수월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우분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수레를 끌고 종이 팩 수거를 하는 참가자


‘훈’ 카페 사장님은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종이 팩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카페마다 참여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깨끗하게 씻어 말리고 모아두는 작은 실천의 마음만은 같았다.



‘훈’ 카페 사장님과 참가자


이번 투어에서는 매주 수거한 종이 팩의 수량과 상태를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개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참여의 변화와 지역의 활동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일부 카페에서는 일주일에 25~30개가량의 종이 팩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소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수거량이 늘어난 사례도 소개되었다. 정우분 선생님은 카페별 수거량 변화를 통해 활동이 어떻게 자리 잡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의 종이 팩 자원순환 활동은 까치울역 카페거리뿐만 아니라 부천시청, 백화점, 병원, 사회복지관 등 다양한 공간과 연계하여 이어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음료가 소비되는 곳을 자원순환 거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날 활동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었다. 센터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종이 팩 리빙랩 사업을 진행해 왔다. 리빙랩은 봉사자들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문제를 수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생활 실험 방식이다. 종이 팩 수거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역 카페와 연결되는 형태로 발전했다.


투어를 기획한 이민주 주무관은 “리빙랩 사업으로 확장해 온 종이 팩 자원순환 활동을 더 많은 분께 알리고 싶었다”며, “활동 중인 카페들을 직접 보여주고, 만들기 체험과 자원봉사 운영 방법까지 여과 없이 전하며 ‘우리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까치울역 카페거리는 상인회와의 연계가 좋고 둘러보는 투어의 재미도 있어 장소로 선택했다.


이 주무관은 시민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종이 팩이 고급 자원이라 종이와 섞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내가 먹은 종이 팩을 30초 정도 씻어내는 작은 행동”이 동참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냄새가 날까 봐 걱정할 수도 있지만, 다 같이 동참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종이 팩 하나를 씻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지만, 그 수고가 모이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씻지 않은 재활용품은 악취와 곰팡이를 유발해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결국 ‘비우고, 헹구고, 말리는’ 작은 습관이 자원순환의 출발점이다.


수거 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출발점으로 돌아와 집게와 봉투를 들고 까치울역 카페거리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이어가며 환경 실천을 확장했다.


이어 수거한 종이 팩을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가위로 종이 팩을 잘라 펼치고 이물질을 확인하며 부피를 줄였다. 깨끗하게 씻어 말린 종이 팩은 재활용 공정은 물론 책갈피, 명함 지갑과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의 재료로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좌측)과  수거한 종이 팩 자르기(우측) 활동


마지막 체험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설거지 비누’ 만들기였다. 참가자들은 잘 말린 커피 찌꺼기를 곱게 분쇄한 뒤 천연 성분들과 섞어 동그란 모양으로 빚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는 뜻깊은 체험이었다.



▲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설거지 비누’ 만들기


이날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함께 참여한 백지혜 씨(상동)는 “아이에게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쓰레기를 직접 주워보는 체험도 매우 의미 있었다”며 “분리배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어른들이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생활 속에서 환경 실천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  ‘종이팩 카페투어’에 참여한 백지혜 씨 가족


카페 ‘별담’ 사장님도 “바쁠 때는 종이 팩을 씻고 말리는 것이 쉽지 않고 공간도 필요하지만, 재활용만 제대로 된다면 종이팩은 정말 우수한 자원”이라며 종이팩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펄프를 수입하는 현실을 생각해도 종이 팩 재활용이 꼭 필요하다"며 "참여 카페에 '친환경 동참' 같은 스티커를 부착해준다면 자부심을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 카페 ‘별담’ 사장님(세 번째 남성)이 '자원봉사센터' 봉사자


이번 카페투어를 통해 종이 팩 자원순환이 여러 사람의 작은 행동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수거를 돕고, 봉사자는 수량 확인과 정리를 맡고, 시민은 체험을 통해 자신의 분리배출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이 카페에서 종이 팩을 받아오는 모습을 재미있어했다는 이 주무관의 말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설명보다 직접 수거하고 펼쳐보는 경험을 통해 환경을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까치울역 카페거리를 따라 이동하던 수레에 깨끗하게 씻긴 종이 팩이 쌓이는 모습을 보며, 평소 쉽게 버렸던 종이 팩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자원순환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종이 팩 자원순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다 마신 종이 팩을 ‘비우고, 헹구고, 말리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실천이 가족, 카페, 지역 사회로 퍼져 나갈 때 비로소 변화가 만들어진다. 쓰레기통으로 향하던 종이 팩 하나를 다시 자원으로 돌려놓는 일, 그 중요한 시작은 우리의 작은 관심이다.


종이 팩 자원순환 및 자원봉사 참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부천시자원봉사센터(032-625-6891)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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