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카렌족의 전통 축원 행사인 ‘라쿠키수(Lah Ku Kee Su)’가 지난 8월 17일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카렌민족연합(KNU)이 직접 준비해 의미를 더했으며, 150여 명의 카렌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려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었다.

▲‘라쿠키수’ 카렌 공동체 전통 손목매기 의식에 참가한 카렌족 재정착 난민들의 자녀들 모습
대부분 카렌족 특유의 직조 천(롱지·숄)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라쿠키수는 미얀마·태국 접경 지역의 카렌족이 지켜온 전통 의례로, 공동체의 원로가 가족과 이웃의 손목에 흰 실을 묶어 재난을 막고 복을 비는 축원을 하는 데서 시작됐다. 흰 실은 ‘몸과 마음을 단단히 묶어 지켜준다’라는 상징을 지니며, 의식 뒤에는 공동 식사와 노래·춤을 나누며 공동체 결속을 다진다. 이날 행사도 전통 노래와 함께, 라쿠키수 의미를 설명하고 영혼(K’la)이 어디를 떠돌든 가족과 공동체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기도 후 라쿠키수 의식과 함께 카렌족 전통 노래와 춤, 전통음식 나눔이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서 카렌족의 춤과 공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라쿠키수는 2700년 전에 시작된 행사입니다. 서로의 손목을 실로 이어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오랜 전통인 이 행사를 부천에서 진행하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티인민닌 씨의 소감이다.
카렌족은 미얀마 동남부 카인주·타닌따리 지역과 태국 접경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미얀마 독립(1948) 이후 중앙정부와의 장기 무력·갈등·휴전이 반복되며, 많은 사람들이 태국 국경 난민캠프로 피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호주·캐나다·유럽 등으로 재정착한 디아스포라가 형성됐다. 한국도 2012년 난민법 제정 후 2015년부터 정부 주도의 ‘재정착 난민’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해, UNHCR(유엔난민기구)과 협력해 미얀마 카렌족을 받아들였다. 행사장에 많은 아이들은 재정착 난민들이 부모로 한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 다수였고, 중·고교생 상당수는 유치원·초등 시절 한국에 들어와 자란 재정착 난민 청소년들이다.

▲‘라쿠키수’는 흰 실로 손목을 묶는 의식이다. 이는 ‘몸과 마음을 단단히 묶어 지켜준다’는 카렌족의 상징이다.
수도권과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일·주거·교육을 지원받으며 정착한 카렌 난민들이 지역 공동체를 꾸려 왔다. 부천·안산·인천 등지의 공동체는 언어교육·취업 상담·돌봄 네트워크와 더불어 종교·문화 활동을 통해 서로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들어와 10년 넘게 한국에 살고 있어 한국어가 유창한 티인민닌 씨가 재정착 난민들의 사정을 전해준다. “이분들 처음 한국 왔을 때 언어·일자리·주거가 많이 어려웠어요. 한국 정부도 많이 도와주고 지역 교회·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고, 어른들도 일터를 찾았어요. 지금은 한국에서 잘살고 있어요”. 티인민닌 씨가 9살 여자아이를 가리킨다. “애 이름이 제주포에요. 제주에서 태어나 부모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시종일관 행사장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제주포의 모습에서 카렌족 재정착 난민들의 안정적인 정착 생활이 그려진다.

▲제주에서 태어난 ‘제주포’ 재정착 난민 2세의 모습. 실명이 ‘제주포’이다.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사)부천이주민지원센터가 부천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상담, 한국어 및 이중언어 교육, 공동체 자조 모임, 문화·체육행사, 무료 진료소, 인식 개선 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고 있다.
○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http://www.bmwh.or.kr/kor/main/main.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