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세요. 검은 리본은 싫어요. 노란 리본을 다세요. 천년의 나비를 찾아 길을 떠났어요.’ 어린 학생들의 시 낭송 소리가 자리에 함께한 시민들의 가슴을 울린다. 10년도 훌쩍 넘은 시간을 지나왔어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 같은 아픔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하며.
어여쁜 어린 꽃송이를 떨구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4월 12일. 세월호참사 11주기를 맞아 부천시민 기억문화제가 송내어울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부천민예총 부천시민 기억문화제 추진위원회 주최의 문화제는 애초에 시민 참여부스 운영 및 체험 마당 등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장소를 옮겨 진행된 것.
‘부천시민 기억문화제’는 매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온 지역의 예술인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부천 시민들과 함께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문화제로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1029)와 부천 호텔 화재 참사(0822), 아리셀 화재 참사 등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기억하며 이러한 사회적 참사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문화제를 기획한 부천민예총 이정현 지부장은 “바로 어제 인근 광명 지역 지하철 공사 현장이 붕괴하는 사고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갖가지 재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매일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곧 행동하는 것, 실천하는 것입니다. 부천 시민들이 이 기억이 단절되지 않도록 이어가고, 문화예술이 연결의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이번 행사는 단순 추모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 부천민예총 이정현 지부장이 다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번 11주기 행사에서는 아프리카 민속악기 공연단 ‘깨네마’가 행사의 포문을 열고, 장애인과 학부모 연합 공연단 ‘나눔꽃 챔버앙상블’의 추모 공연에 이어 풍물단 ‘타락’, 성공회대 ‘탈’의 연합 공연, 시 낭송 등 기억 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져 자리를 함께한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 노란리본을 달고 공연중인 성공회대 '탈'
▲ 부천기억문화제는 지역의 22개 단체가 참여하였다.
매년 행사에 참여한다는 지○영씨(여, 송내1동)는 “어디 단체 소속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니지만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행동과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행사가 마련되기까지 부천시민 기억문화제추진위원회를 비롯해 부천시민연합, 민주노총부천시흥김포지부, 부천연대, 부천YWCA, 부천여성노동자회 등 총 22개 단체가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