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밥상에서 희망을 차리기까지
작성자 : 지역돌봄팀 등록일 : 2026-06-12 조회 :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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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춰 있던 시간

처음 영수님을 만났을 때, 그는 눈에 띄게 부어 있던 다리를 매만지며 어지럼증을 호소했습니다. 오랜 시간 만성질환을 앓아왔고, 최근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졌음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병원비 부담으로 진료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것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월세가 밀리게 되었고, 보증금이 소진되는 2달 뒤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국민연금으로 42만원을 받고 있지만, 월세와 의료비,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혼자 감당하기 벅찬 생활 속에 용기 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였습니다.


# 조금씩 보이는 희망

첫 상담 이후, 아픈 몸을 이기지 못해 병원을 찾아갔고 입원을 통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메리츠화재 걱정해결사업 추천을 통해 의료비 지원이 가능해져,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담낭염과 울혈성 심장병이라는 진단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적어도 이제는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 있었습니다. 

퇴원 후에도 꾸준히 약물치료를 이어가며, 다리의 부종이 눈에 띄게 줄고, 호흡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후 차상위본인부담경감 대상자로 선정되어 의료비 부담을 더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 다시 찾은 일상의 온기

영수님에게 한 달에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42만 원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공과금과 통신비를 내고, 병원비를 조금 쓰고 나면, 식비는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쌀밥과 계란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3개월간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65세 연령 도래로 기초연금 대상자로 확정되어 정기적인 소득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지역 내 통합돌봄서비스를 통해 밑반찬 서비스가 연계되었습니다. 

이제는 생계를 걱정만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삶이 아닌, 조심스럽게 ‘다음 달’을 계획할 수 있는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어금니가 다 빠지고, 그마저도 남은 치아는 흔들리던 상태였던 영수님은 자신이 모은 돈으로 틀니를 제작해, 고른 식사를 하려는 계획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여전히 존재하는 온정

이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거주지가 필요했습니다.

남아있는 보증금이 거의 없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상황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밀린 월세가 많은 만큼, 집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아 주저하고 있는 영수님을 대신하여 사례관리자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수님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였고, 다행히 집주인도 상황을 이해해주셨습니다.

“몸도 아프신데, 어려운 시기에 돕고 살아야죠”

앞으로 월세를 밀리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 연장을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주거급여 신청을 통해 선정까지 되었고, 비로소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 걸림돌을 딛고

영수님이 공적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혼자 생활하였지만, 서류상으로는 3인 가구였기 때문입니다. 5년 전, 배우자와 자녀가 가출한 이후 주민등록상의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공적 지원을 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고, 성인의 가출은 쉽게 신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거주불명 신고를 통해 등본을 1인 가구로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혼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주거급여 신청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다시 살아갈 힘

영수님의 건강과 일상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태도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가족에 대한 분노와 자기 비하로 가득 차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영수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과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앞으로의 삶만 보려고요.” 

그 말에 담긴 힘은, 어떤 제도보다도 그의 삶을 지탱할 에너지였습니다.


사례관리는 종결이 되었고, 이후 영수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생활비를 아껴 모아둔 돈으로 틀니를 제작했다고 하시며, 이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져 건강관리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얼굴의 살도, 마음의 편안함도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의 삶만 보겠다고 다짐한 영수님, 그의 앞날을 응원해봅니다.


[오정구 사회복지과 이새미 통합사례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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