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함께 키운 희망
작성자 : 지역돌봄팀 등록일 : 2026-04-17 조회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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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마주 잡고, 함께 성장하는 엄마와 딸의 희망 이야기



1. 멍든 어깨와 가시 돋친 마음, 문을 두드린 모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작년 늦여름,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에 한 통의 안타까운 의뢰서가 도착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한 모녀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보내오신 것이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허리디스크와 심한 무지외반증으로 성한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채무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한부모(편모) 이선영(가명)님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겉도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서윤이(가명)였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주된 의뢰 내용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거친 세상과 홀로 싸우느라 지쳐버린 이선영님을 위한 올바른 양육 방법 지도, 둘째는 자꾸만 엇나가는 서윤이의 또래 관계 개선 및 행동 수정이었습니다. 며칠 후, 센터 상담실에서 마주한 이선영님의 모습은 의뢰서의 글자들보다 훨씬 더 깊은 고단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만성적인 통증으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딸의 이야기를 할 때면 금세 죄책감과 속상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부모가 되기 전의 과정에서 남은 것은 마음의 상처와 감당하기 힘든 채무뿐이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터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몸이 아프다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더 아프게 한 것은 욱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는, 스스로가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었습니다.


이선영님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어린 딸에게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서윤이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문제아’로 불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과잉행동을 보이며 좀처럼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본 서윤이의 모습은 문제아라기보다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며 서툰 방식으로 자신의 불안함을 표현하는 작은 아이일 뿐이었습니다. 엄마가 일을 나간 텅 빈 집에서 홀로 느끼는 외로움, 아픈 엄마에 대한 걱정,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혼란스러움이 공격적인 행동이라는 가시가 되어 돋아난 것이었습니다.


이선영님의 경제적 어려움은 당장의 생계뿐만 아니라, 제때 받아야 할 의료 치료마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양육의 어려움은 정서적 고갈로, 이는 다시 딸과의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딸의 학교 부적응은 다시 엄마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하게 모녀를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이 가혹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의 역할은 단순히 한 가정을 돕는 것을 넘어, 엄마와 딸 각자의 아픔을 보듬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2. 촘촘한 관심으로 엮는 지역사회의 안전망


한 가정의 문제는 결코 그 가정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선영님과 서윤이 모녀의 경우, 저희 무한돌봄네트워크의 단독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이에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하여 모녀를 위한 촘촘하고 다각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첫째, 어머니 이선영님을 위한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정기적인 일대일 상담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양육 방법을 지도’하는 시간이 아닌, 한부모 가장으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선영 님이 겪는 모든 어려움을 쏟아낼 수 있는 ‘대나무숲’이 되어 드리고자 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선영님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겨움을 인정하고 위로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된 후,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는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훈육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너무 지쳐서 어제는 잘해주다가 오늘은 화를 내요.”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변화의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또한, 만성적인 통증과 채무의 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한부모 가정을 위한 결연 후원을 연계하고, 긴급하게 필요한 생필품을 지원했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압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것은, 이선영님이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습니다.


둘째, 딸 서윤이를 위한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서윤이의 변화를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아동센터라는 아이의 주된 생활 공간 모두에서 일관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는 가장 먼저 서윤이가 다니는 상지초등학교의 전문상담교사 선생님과 소통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상담교사 선생님을 통해 학교에서의 서윤이의 모습, 친구 관계, 수업 태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학교와 센터가 함께 서윤이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는 서윤이의 행동을 문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어른들의 공동의 노력이었습니다.


최초 의뢰 기관이었던 지역아동센터와는 더욱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에 서윤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프로그램 진행 상황과 서윤이의 변화 모습을 주기적으로 공유하며 개입의 효과성을 높였습니다. 동시에 저희 네트워크에서는 서윤이를 위한 정기적인 인지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상담 시간은 서윤이가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소리를 지르는 대신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즐거운 놀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서윤이의 재능과 흥미를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후원과 결연을 연계하여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았습니다. 저희 상동무한돌봄네트워크가 지휘자의 역할을 맡아 각 기관(학교, 지역아동센터)이라는 연주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모녀의 삶에 희망이라는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3. 함께 성장하며 써 내려가는 새로운 희망일기


사례관리를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 이선영님과 서윤이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엄마 이선영님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정기적인 상담과 지지를 통해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자신을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상담 시간에는 수줍게 웃으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은 서윤이한테 화를 내기 전에 딱 10초만 참아봐요. 그리고 ‘엄마가 지금 힘드니까 조금만 기다려줄래?’ 하고 말을 해요. 신기하게도 아이가 짜증을 내지 않고 기다려주더라고요.”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를 실천하려는 어머니의 작은 노력이 서윤이와의 관계에 신뢰를 싹틔우고 있었습니다. 결연 후원을 통해 생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주말에는 딸과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유도 갖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변화는 서윤이에게 가장 먼저 닿았습니다. 엄마와의 관계가 안정되자, 서윤이의 가시 돋친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학교 상담교사 선생님과 지역아동센터로부터 “서윤이가 요즘 친구들과 다투는 횟수가 줄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을 보인다”는 기쁜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인지 상담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제 서윤이는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원을 받아 시작한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기에 큰 재능을 보이며,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모녀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채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선영님의 건강 문제와 사춘기에 접어들 서윤이가 마주할 새로운 성장통도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지역사회의 울타리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선영님과 서윤이 모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위기에 처한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어느 한 명의 슈퍼맨이 아닌, 학교, 지역아동센터, 행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가 함께 손을 맞잡는 ‘촘촘한 연대’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오래된 격언처럼, 우리 부천시가 모든 아이와 가정을 위한 따뜻하고 안전한 마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서로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우리 모두가 바로 ‘우리동네 희망일기’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입니다.


[ 상동종합사회복지관 정지민 사회복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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