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두 분 다 몸이 아프시고 어머니는 장애가 있어요.
아이도 장애가 있어요. 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이 필요해 보여요.
작년 11월, 부천시 드림스타트에서 사례 한 건이 의뢰되었습니다. ‘취학을 앞두고 지적장애와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이 있는데, 부모님 모두 우울증과 만성질환을 앓고 계시고, 어머니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계신데다 지적장애로 짐작되어 부모님이 자녀양육을 버거워하셔서 아동의 취학 준비와 양육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아동의 문제행동이 심각하여 어린이집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동이 산만하고 착석 유지가 되지 않으며, 충동 조절이 어려워 부모님의 지시도 따르기 힘든 상황이라서 어린이집에서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고충이 매우 크고, 친구들과 또래 관계 형성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현재 상태 그대로 초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ADHD로 인해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인지발달 및 학습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았고 또래 관계의 어려움은 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저해하여 심각한 경우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부모님 또한 모두 우울증과 만성질환을 앓고 계셔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으며, 아버지께서 장애가 있는 자녀뿐만 아니라 시각장애가 있고 지적장애로 추정되는 아내까지 지원하셔야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도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계셔서, 부모님이 아동에게 적절한 양육과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외진 골목길, 차가운 외풍, 외로운 단칸방에서의 첫 만남
첫 만남은 어려웠습니다. 가정방문을 위해 찾아간 민동이네 집은 심곡동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주소를 알고 가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낡은 새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방을 대신해서 싱크대가 놓여 있었고, 합판 문을 열면 세 식구가 사는 단칸방이 나타났습니다. 월세 16만 원짜리 낡은 주택의 단칸방은 아무리 난방을 해도 낡은 벽을 뚫고 거세게 들어오는 외풍 때문에 늘 한기가 돌았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지병을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강박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계셨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른팔에 마비가 있어서 움직이기 불편하셨습니다.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도 있어서 가까운 동네 내과에서 약 처방을 받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시각장애가 있으셔서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실 수 있었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계셨으며, 척추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해 움직이기 불편하신데다가 간경화 진단까지 받으셔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으로는 어머니에게 진단되지 않은 지적장애 혹은 경계성 지능이 의심되어 적절한 훈육을 하지 못하시고 자녀가 떼를 쓰고 조르면 그냥 허용해주는 편으로, 아버지 혼자서는 자녀 양육이 많이 버겁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민동이의 친가와 외가 모두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웃과의 왕래도 없어서 고립된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내가 집에서 내쳐졌다고 표현하셨고, 친가도 부천에 살고 계신 줄로 알고는 있지만 ‘우리 이렇게 사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 연락 한 번 하지 않는데 찾아가서 뭐하느냐’며 오랜 기간 왕래가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민동이네 가족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민동이 양육과 집안의 대소사를 아버지가 책임지고 계신 가운데, 한 달에 3인 기준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을 포함해서 받는 13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세 식구 생계와 월세, 병원비 등을 지출하려면 한 치의 여유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민동이가 예상치 못하게 입원하거나 6개월에 한 번씩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발달검사를 받을 때면 아버지는 막막함과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아버지의 강박증이 더욱 심해지셔서 피해 의식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현실적인 상황판단이 흐려지거나 사소한 일에 집착하며 과도하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아버지의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와 겹쳐 가족 전체를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민동이는 지적장애와 ADHD로 인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또래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부모님 또한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시는데 막막함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민동이의 심리‧사회적 발달, 부모님을 위한 자녀양육 지원, 경제적 어려움 해소. 이 세 가지 모두가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지역사회 내 자원을 하나하나 찾아보았습니다.
희망을 찾아 출발하는 여정
민동이의 아버지께서는 복지관에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부분으로 첫 번째는 자녀 교육을, 두 번째는 경제적 지원을 꼽으셨습니다.
지금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의 지시 따르기도 어렵고, 착석도 잘 유지되지 않는데 이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학습도 되지 않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바우처로 지원을 받고 있는 언어치료 한 과목으로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이에 민동이에게 재활치료비 후원으로 희망을 전해주실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성곡동 ‘사랑의 터전’에서 민동이에게 필요한 재활치료비와 발달검사비를 지원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치료비 지원이 결정되고 난 후 민동이에게 맞는 치료기관을 탐색하여 놀이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이 덕분에 자녀교육을 걱정하시던 아버지의 고민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두고두고 사랑의 터전에서 도와주신 점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셨습니다.
민동이의 학교생활 준비를 위해 심곡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정심이의 신학기를 응원합니다’사업을 통해서 새학기에 쓸 책가방과 새 옷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본 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치킨을 후원받아 월 1회 가정에 방문하여 전달해드림으로써, 민동이와 부모님이 단란하게 마주 앉아 치킨을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선물했습니다.
더불어 본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과, 어머니 혹은 민동이가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안내해드렸습니다. 현재는 낯선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추후에라도 마음이 달라지시면 사례관리자가 다시 도움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작
민동이는 꾸준한 치료와 지원 덕분에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5분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착석이 이제는 20분 이상 가능해졌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어떻게 할지 아버지의 걱정이 많으셨는데, 이제는 개별 반에서 친한 친구도 생겼습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친구랑 뭐 했다’고 이야기하는 민동이의 밝아진 표정을 보니 아버지도 조금은 안심이 되신다고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6개월마다 받았던 발달검사도 이제 5년 뒤에 보자고 하십니다. 검사할 때마다 부담해야 했던 검사비 25만원도 큰 문제였지만, 매번 검사할 때마다 ‘아이가 더 나빠졌으면 어떻게 하나, 자꾸 검사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 하셨던 부모님의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양육 태도 또한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민동이에게 ‘안 돼’라고 말씀하시기보다는,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바로 반응을 보여주시며 경청하시는 모습으로 바뀌셨습니다. 민동이가 지루해져서 주의산만해지기 전에, 지금 하려는 일의 순서를 설명해주시고 민동이에게 잘 하고 있다며 칭찬을 해주십니다. 민동이는 아빠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고, 아빠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바르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민동이의 부모님은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 가시면서, 세상은 따뜻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생각을 가지시게 되었습니다. 혼자인 줄 알았으나, 혼자가 아니라고 깨달았다는 점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향하여
앞으로도 민동이 가족이 더욱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례관리자로서 부모님과 민동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 뜻을 존중하며 나아가겠습니다. 민동이와 부모님의 바람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특수교육 및 재활치료,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부모교육, 활동지원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민동이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과 성장을 돕겠습니다. 민동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찾는 과정 가운데에서, 민동이를 알게 되고 아껴주는 이웃들이 더욱 늘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민동이 가족의 이야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모여 민동이 가족이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