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맞이한 구월의 하늘이 어느때보다 맑고 푸르게 보이는 날.

지난 봄 보리이삭이 일렁이던 보리밭 사잇길엔 어느새 오색의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초가을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붉은빛과 분홍빛깔, 보랏빛에 진노랑, 새하얀 꽃잎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코스모스 꽃밭에는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겨우살이 채비를 하려는 꿀벌이 이리저리 분주히 날아다니고, 코스모스 줄기 아래에 숨은 민들레 꽃에도 하얀나비, 노랑나비, 그리고 갈색의 나방도 질세라 꿀맛에 정신이 팔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군요.

귓가에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육중한 체구의 호박벌도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날아 다니고 있네요.

코스모스의 절친인 고추잠자리는 느긋하게 꽃잎에 앉아 가을 햇살을 즐기고,

강아지풀도 바람따라 하늘거리는 복사골의 가을날.

꽃길 사이에 놓아둔 나무의자는 고단한 삶에 휴식이 필요한 누군가를 기다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모인 코스모스 꽃밭에는 수많은 꽃잎들이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복사골의 가을이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