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는 슬리퍼를 신고도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을 누리기 위해 굳이 먼 곳으로, 유명한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얼마든지 내가 사는 지역에서 수준 높은 '예술시장'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곳이 바로 부천이다.
지난 28일(토)부터 29일(일) 원종역 3번, 4번 출구 일대에서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이 열렸다. 평소 지하철역 주차장으로 쓰이던 두 곳이 이틀 동안 예술시장으로 변모해 100인의 예술가들이 주최한 동네 아트 갤러리가 되었다.

▲ 작년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도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28일~29일 원종역 3번, 4번 출구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네 번째 참석했어요. 작품을 홍보 하고 소비자도 직접 만날 수도 있잖아요. 또 어떤 작품이 소비자들에게 눈길과 관심을 끄는지 소비트렌드를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어요.” 지난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에서 안면을 텄던 ‘풍경공방’이 필자를 알아보고 참여 소감을 털어놓는다.

도시에서 웬 사파리,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 ‘도시’와 ‘사파리’가 예술로 만났다.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 것처럼 도시에서 100인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슬리퍼를 끌고 편안한 차림으로.
이처럼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은 공예, 회화, 삽화(일러스트) 등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도시 부천의 특화 사업이다. 이번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은 예술과 시민의 편한 만남뿐만 아니라 만 보 이상 걷거나,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챙겨온 시민에게 참여 작가 작품 뽑기 기회를 제공하고 포장 없이 판매하는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은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도시 부천의 특화 사업이다. 다양하고 독특한 작품들 모습

작년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5월 17일~19일엔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5월 24일~26일 별빛마루도서관 일대에서, 6월 14일~16일에는 상동구지공원 일대에서 3번의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이 열렸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독특한 시장은 지난해 5번 열렸고 1만 6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약 2억 2천만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흔히 말하는 ‘슬세권’에서 예술이 제대로 먹혔다.

▲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을 통해 예술가들은 유통 판로를 확보하고 시민들은 동네에서 슬리퍼를 끌고 편안한 차림으로 예술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다. 원종역 일대에서 열린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의 다양한 모습

“원종동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고 알고 찾아온 건 아니에요. 지하철역 근처에 사람이 많아 그냥 들어왔다가 이것저것 샀어요. 생활자기에 관심이 많은데 생각보다 그렇게 싸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게 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작품이니깐 이 정도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히 들렀다 평소 자신이 관심이 있는 생활자기를 구매한 김영옥(원종동) 씨의 참여 소감이다.

▲ 지난해에‘도시사파리 예술시장'은 1만 6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약 2억 2천만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원종역 일대에서 열린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예술이 어렵고 멀면 일부만 누리는 전유물이 된다. 손 닿는 곳에, 발길 닿는 곳에 예술이 있으면 예술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지역민들이 쉽게 참여하며 누릴 수 있다. 슬세권에서 이런 예술시장을 기획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2019년 제1기 문화도시로 국가 지정돼 올해 5년 차 문화도시를 유지하는 부천시의 짬밥이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 전시된 ‘풍경’이 귓가를 스치고 한 예술가가 만든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눈코귀가 바쁘며 호강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