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에 거주한 지 16년째이지만, 요즘엔 전자 민원업무처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행정업무가 많아진 터라 굳이 시청에 방문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내가 사는 지역, 의회 활동 등 지역사회에 대한 것을 배우는 것을 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부천시의 견학프로그램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 중 부천시청에서 진행되는 '열린 청사, 시민과의 기분 좋은 소통' 「210, 부천 톡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10, 부천 톡톡」의 뜻은 부천시청의 도로면 주소 건물번호 210, 시민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의미하는 토크토크(talk talk), 청사문을 가볍게 두드린다는 의미인 의성어(톡톡)의 중의적인 표현이다. 1991년 지방자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많은 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시청 견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름도 참으로 친근하면서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월 23일 담당 공무원과 직접 견학프로그램 일정을 함께 진행하며 둘러보았다. 처음코스는 2023년 5월에 개관 한 부천 아트센터였다,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었고, 롯데콘서트홀과 함께 국내에 2개뿐인 빈야드식 공연장이다.
빈야드식 공연장이란, 공연장 중앙에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가 있고 1층과 2층으로 무대를 감싸듯 좌석이 배열된 것을 말하는데 어느 객석에서도 뛰어난 음향을 감상할 수 있고 시야가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는 구조이다.

개인적으로 한번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과 어울려진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영화에서 나올법한 좌석배열은 마치 유럽의 어느 공연장을 방불케 했고, 라디오가 아닌 진정한 라이브 연주의 감동을 했었다.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부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실제로 견학프로그램 중 이곳이 가장 반응이 좋고 후기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는 곳이라 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사는 부천시의 각종 조례와 규칙을 제정하고 시정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우리가 뽑은 시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는 의회였다. 의정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곳과 포토존 등이 작지만 알차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유용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세 번째로는 독립영화관인 판타스틱 큐브이다 의회 통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향기로운 커피 냄새와 책으로 둘러싸인 책장이 가득한 공간이 나오는데, 그곳 한편에 위치하고 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흔치 않은데, 영화도시답게 시청사내에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고, 상업영화가 주는 오락성을 떠나 정말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관람료가 무료다.

개인적으로 '작은새와 돼지씨'라는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화려하지 않아도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그리고 살아갈 우리들 부모님들의 이야기에서 오는 꾸며내지 않은 감동으로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있다. 

네 번째 코스는 산소정원이다. 말 그대로 삭막한 공공기관에 산소를 마구 내뿜을 것 같은, 마치 아마존 심장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곳처럼 청 꾸며놓은 정원으로 방문객들의 몸과 맘의 쉼이 되어 주는 곳이다. 귀면각, 용산목, 드라세나, 마지나타, 인도고무나무, 떡갈 고무나무, 몬스테라등과 각종 선인장 등이 식재되어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식물원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섯 번째로, 부천시의 범죄로부터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CCTV 관제 센터를 잠시 둘러보았다. 업무의 특성상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때문에 내부까지 자세히 살펴볼 여력은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우리를 위해 수고하고 있고,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견학의 하이라이트, 시장님과 만나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된다. 만남실이라는 공간에서 견학프로그램의 참가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춰 시정 운영을 설명하고, 궁금증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통해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곳이다. 만남실은 80만 부천을 책임지는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도, 친숙하게 시민 곁으로 다가서려는 부천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냥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공공기관인 시청이 소통과 시민을 위한 휴식의 장이 될 수도 있음을 느끼며 부천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2년 견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총 345명이 방문했다고 하며, 더욱 만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 내용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견학신청은 부천시청 홈페이지 청사톡톡 게시판에서 할 수 있다.

가을의 초입, 반가운 이들과의 가벼운 수다도 좋지만, 하루쯤은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의 청사를 견학해 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