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세 벌 논매기는 힘이 들어도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새참을 먹으며 정을 나눴던 정겨움이 느껴져요. 지금은 점점 도시화하면서 거의 사라져 가는 문화라 안타까워요. 젊은 학생들이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배워서 후대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손영철 회장님에게 40여 년 전부터 취미로 사물놀이를 배웠는데 지금은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고강동 주민센터, 도당동 어울마당, 부천시 독거노인 생활교육 어르신 지도, 심곡본동 대산 종합사회복지센터 주민들에게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어요.” 대장동 들녘 세 벌 논매기에 참여한 유남수 씨의 소감이다.

논매기는 논에 자란 피(잡풀)를 뽑는 것이다. 농부는 모를 심어놓고 3번의 논매기를 한다. 애벌논매기는 모심기가 끝나고 15일에서 20일 사이에, 두벌매기는 애벌매기가 끝나고 15일에서 20일 사이에 한다. 만물이라고도 불리는 세 벌 논매기는 벼가 다 자란 백중(음력 7월 15일) 무렵에 호미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피를 뽑아주는데 이를 ‘훔친다’라고도 한다. 세 벌 논매기에서는 상사디소리로 흥을 돋우며 농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 농자천하지대본 깃발을 들고 대장동 들녘에서

▲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 세벌논매기 하러 나갑시다 출발

지난 8월 31일 대장동 들녘에서는 세 벌 논매기 행사가 개최되었다. 부천 문화원이 주최하고 부천 석천농기고두마리보존회(회장 손영철)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대장안동네 도시개발추진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성대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부천석천농기고두마리보존회 손영철 회장과 60여 명의 회원들이 출연했는데, 여월중학교 학생 5명이 참여해 향토 무형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행사에 앞서 미래의 꿈나무들인 여월중학교팀과 덩더꿍이팀, 너름새 영남 사물놀이팀의 신명 나는 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손영철 회장과 회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대장동 마을의 평안함과 올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들의 간절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살막이로 고사를 지냈다.

▲ 세 벌 논매기 하러 나가세

▲ 지금부터 세 벌 논매기를 시작합시다

▲ 대장동 들녘에서 세 벌 논매기를 직접 체험해보기도

▲ 논매기를 열심히 하고 잡풀을 제거했어요

▲ 아낙네들이 논매기하는 일꾼들에게 줄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중

▲ 논매기 후에 농부들과 새참을 먹으며 정을 나누기도

뒤이어 길놀이로 논매기에 필요한 호미와 우장, 화심, 지게 등을 짊어지고 농기와 영기를 선두에 앞세우고 풍물을 치면서 논으로 이동했다. 논에 도착한 여월중학교 학생들과 농부들은 논매기를 알리는 북소리에 일열로 맞춰 논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피(잡풀)을 뽑는 농부들의 힘을 북돋우기 위해 손영철 회장은 상사디소리로 선창을 했다. 농부들은 후렴으로 답가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논매기를 했다. 두 손에 잡풀을 들고 활짝 웃는 농부의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이 돋보였다. 마을 아낙네들은 광주리에 새참을 내와서 농부들에게 나눠주며 정겹게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대장동 들녘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대장동 마을 사람들도 구경 나와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세 벌 논매기를 마치고 농기와 영기를 앞세우고 마을로 돌아온 부천석천농기고두마리 보존회 회원들은 신명 나게 풍물을 치며 마무리했다.

부천 세벌논매기 (상사디야)

전반기(굿거리)

옳지 그렇지 잘도 한다. 후렴(에렐렐레 상사디야)

하나 둘이가 하는 것처럼 (에렐렐레 상사디야)

일심을 써서 잘도 한다. (에렐렐레 상사디야)

먼데 사람은 보기나 좋게 (에엘렐레 상사디야)

가찬데 사람은 듣기나 좋게 (에엘렐레 상사디야)

후반기(잦은 모리)

다되어 간다, 다되어 간다. 후렴(에헤로 방해로)

올해도 풍년일세(후렴)

너도나도 힘을 모아(후렴)

우리 함께 잘살아보세(후렴)

얼시구나 지화자 좋네(후렴)

절시구나 다되었구나(후렴)

▲ 옳지 그렇지 잘도 한다

▲ 무사히 마무리를 했으니 신명 나게 놀아봅시다

부천의 대표적 민속놀이인 ‘농기 고두마리’는 1999년 제주에서 열린 제40회 전국 민속예술축제에 경기도 대표로 참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00년에는 경기도 우수전통민속놀이로 지정되었다. 부천석천농기고두마리 보존회는 2010년 8월 창립되었으며 2016년 2월 부천시 향토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부천문화원과 함께 석천농기고두마리 보존을 위한 심포지엄, 부천 농기싸움 고증을 위한 조사작업, 자료집 편찬 다른 지역의 농기싸움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부천석천농기고두마리보존회 손영철 회장은 “부천의 역사와 문화 흐름 속에서 ‘농기고두마리’ 회가 현대사회에서 재해석되고 함께 어우러지는 부천의 대표적 민속놀이로서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낙네 팀의 이재희 회장은 “농악놀이가 좋아서 배우고 함께한 세월이 어느덧 19년이나 되었네요. 지금은 가족처럼 모여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 좋아요. 농부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새참을 만들어서 나눠 먹는 순간이 행복해요. 서서히 사라져 가는 우리의 문화가 이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승되어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 모두 함께 모여 기념촬영

▲ 우리는 아낙네 팀 수고들 했어요

여월중학교 3학년 양대영 군은 “세 벌 논매기 행사에 처음 참여해 옛날 농부들의 논매기 체험을 해볼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 되었어요. 아토피 피부라서 걱정했는데 논에 들어가서 직접 잡초를 뽑아보니 힘들었지만 뿌듯하게 느껴졌어요. 풍물을 배운 지가 4년 됐는데, 2021년도에 경기도대회 참가해서 최우수상을 받고, 여월초교 6학년 때는 부천시 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사물놀이를 꾸준하게 배우면서 좋아하는 종이접기도 열심히 할 거예요. 손으로 하는 일은 잘하거든요.”라고 말했다.

대장동 들녘에서 펼쳐진 세 벌 논매기 행사를 보니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챙기고 서로를 도우며 함께 어우러지는 농촌 마을의 정서가 느껴졌다. 그 옛날 농촌에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겨웠던 손길이 그리워졌다. 부천석천농기고두마리 보존회를 이끌어가는 손영철 회장과 10대 어린 학생에서부터 80대 어르신까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자랑스럽다. 부천의 향토 무형문화를 이끌어가는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모여 아름다운 부천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