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싶은 사람은 이런 일을 하면 안 되죠.” 부천의 강남시장에서 3년 동안 ‘이주민 법률지원센터 모모’를 운영한 김원규 변호사가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이 일을 왜 하시냐?”라는 필자의 질문에 밥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모’는 부천에서 이주민의 밀집도 높은 강남시장에 지난 2021년 8월 문을 열었다. 물리 교사, 생산직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가 등을 거쳐 비교적 늦깎이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국가인권위에서 정년을 맞이한 특이한 이력의 김원규 변호사가 정년 후에 문을 연 곳이었다. 그의 말 대로 이런 위치에 이런 형색(?)을 한 법률사무소는 한국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 ‘이주민 법률지원센터 모모’의 모습. 김원규 변호사는 2년 뒤 다시 돌아와 이 사무실을 열 것이라고 약속했다.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수배 중인 후배가 제 자취방에서 검거되고 ‘범인 은닉죄’로 기소되면서 교사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죠. 그 후 일을 찾아 춘의사거리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이 사무실이 그때 그 공장 언저리에 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다소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김원규 변호사는 별 감흥 없이 들려준다.

▲ 부천의 강남시장에서 3년 동안‘이주민 법률지원센터 모모’ 김원규 변호사가 경기도 초대 이민사회국장으로 임명되었다.

지난 3년 동안 ‘모모’는 부천에 사는 이주민들의 임금 체불, 산업재해, 비자 문제 등 100여 건 이상의 상담과 20여 건의 소송, 노동청 진정도 30건 이상을 진행해 왔다. 이름 그대로 이주민들 모두모두에게 가까운 친구였던 ‘모모’였다.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미등록이주노동자 등이 주로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비자 문제로 찾아오지만, 이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문제로도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오면 사건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결국 일반 한국인들이 겪는 문제가 이주민들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찾아간 모모의 마지막 영업일에 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의 2심 판결이 났다. “우즈베키스탄 운전면허는 양국 간의 협정으로 한국에서도 쓸 수 있다. 다만 1년 안에 변경해 사용하면 되는데 이걸 안 해서 1년이 지나 단속에 걸려 무면허로 벌금형이 나왔다. 벌금형이 나오면 비자 연장이 안 된다.” 한국에서 자동차 기술을 배워서 자기 고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청년을 이렇게 돌려보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이주민들의 든든한 친구였던 ‘모모’가 지난 8월을 끝으로 잠깐의 휴식에 들어간다. 모모의 김원규 변호사가 경기도 초대 이민사회국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민사회국장은 외국인 주민 인권 보호를 비롯한 정착과 적응 지원 등 도내 이민 사회 정책 전반에 대해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부천에서 이주민들과 고락을 같이했던 김원규 변호사가 처음 맡게 되어 부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 자랑스럽다.

▲ ‘이주민 법률지원센터 모모'는 부천에서 이주민들의 밀집도가 높은 강남시장에서 낮은 문턱으로 이주민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비자 문제 등을 맡아 도움을 주었다. 소박한 사무실 내부 모습

모모에서의 3년 동안의 소감과 경기도 초대 이민사회국장의 소감을 묻는 필자에게 “저는 보람 이런 거 크게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저의 일상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굴러가려면 돈벌이에 집중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초대 이민사회국장도 내가 했던 일의 연장이라 특별한 소감도 없습니다.”라며 대답한다. 이제 모모는 더 이상 문을 열지 않느냐고 하자 “그 자리 임기가 2년입니다. 2년 뒤에는 당연히 제가 있을 자리 이곳으로 다시 올 겁니다.”라며 당연한 듯 이야기한다. 

부천에서 40년 이상을 살아 거의 토박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김원규 변호사는 현재 부천시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걸어오셨던 그 길의 무게로 경기도 초대 이민사회국장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