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무렵 부천소방서에서 긴급하게 복지관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나이는 젊은데, 홀로 생활하면서 식사나 청소를 하지 않아 불안정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퇴원 후 복지관의 도움이 필요해요.”

사례관리자는 정희망님(가명)이 입원한 병원을 통해 정희망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정희망님은 알코올성 간경화를 진단받았으며 단주 및 규칙적인 복약을 통해 건강을 회복할 필요가 있으나 장기간 막걸리로 매일 음주하고 있었기에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더불어 장기간 과도한 음주로 인해 신경조직에 손상을 주는 알코올성 말초신경병증이 발병되었으며, 알코올성 치매까지도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다니엘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희망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희망님은 처음 보는 사례관리자를 무신경하게 쳐다보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셨기에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정희망님과의 첫 만남은 인사만 나눈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바꿔나가요!

“옆집에서 지독한 악취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바퀴벌레까지 저희 집으로 들어와요. 한마디 하려고 문을 열어봤는데 쓰레기장이 따로 없어요.”

정희망님을 병원에서 만난 다음 날, 정희망님의 옆집 이웃으로부터 복지관에 다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례담당자는 정희망에게 동의를 구하고 임대인과 함께 정희망님의 가정 내부를 확인하였습니다. 가정 내부에는 쓰레기를 전혀 치우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곰팡이가 핀 음식이 널브러져 있고 다양한 해충들이 발생되는 등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사례관리자는 정희망님이 가정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본 기관과 협력기관인 약대중앙교회를 연계하여 주거환경개선 서비스를 실시하고자 정희망님과 임대인에게 동의를 구하였습니다.

이후 약대중앙교회와 삼정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정희망님 가정의 음식물과 쓰레기를 청소하고 정리하였으며, 더불어 이곳저곳 곰팡이가 핀 벽지를 하얗고 깨끗한 벽지로 교체하였습니다.

“여기가 저희 집 맞나요? 너무 깨끗해져서 못 들어가겠네요.”

퇴원 후 정희망님은 깨끗하게 바뀐 주거환경을 보고는 이전에는 몸도 아프고 가정 내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치우지 않고 살았더니 쓰레기장이 따로 없었다며 이렇게 치우고 나니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여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지역사회의 따스한 손길

“퇴원하고 가정으로 복귀했는데, 먹을 게 하나도 없어요. 돈도 없어서 뭘 사서 먹지도 못해요. 막걸리만 먹고 있는데 막걸리가 최고의 식사에요.”

정희망님은 단주 및 규칙적인 복약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여야 하나, 입원 기간 와상생활로 인해 다리근력이 약화되어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정 내에는 정희망님을 돌볼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재하여 안정적인 식생활 및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사례담당자는 지역 내 장기요양센터와 연계하여 정희망님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였고, 정희망님은 장기요양 5등급 판정을 받았기에 치매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의 파견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는 요양보호사를 매칭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습니다.

등급판정 및 요양보호사 매칭기간 동안 본 복지관 후원처인 푸짐한 한식을 연계하여 주 2회 밑반찬을 정기적으로 제공하여 정희망님의 식생활을 지원하였고, 요양보호센터장이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는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였습니다.

이후 정희망님 가정에 요양보호사가 매칭되어 파견되어, 안정적인 식생활 및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희망님은 이전의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가정 내 악취로 인해 요양보호사가 많이 힘들어하네요. 미안해서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려고요... 저는 혼자 생활해야 하나 봐요...”

하지만 정희망님은 가정 내 악취로 인해 요양보호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셨으며,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다짐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싶다고 전하였습니다.

때마침 정희망님의 사연을 전해 들은 지역 내 약대감리교회에서 냄새 제거의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겠다고 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근로하던 요양보호사는 안정적으로 근로하게 되었으며, 정희망님은 지역 내에서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니 청결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자 가정 내부를 정기적으로 환기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더불어 이전보다 담배를 줄이고 외부에서 피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천천히 시작되는 긍정적인 변화

“요양보호사 선생님 없는 시간에는 집에서만 홀로 생활하다보니 막걸리 생각이 더 나고, 안 먹으려고 했던 막걸리를 또 마시고 있고.... 이런 제 자신이 밉고 바보 같아서 속상해요.”

요양보호사 방문으로 정희망님의 가정에 찾아와주는 분이 생겼지만, 주로 가정 내에서만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고 다른 누군가가 찾아와주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정희망님의 외로움은 깊어만 갔습니다.

사례관리자는 본 복지관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인 안전돌봄네트워크 사업을 설명 및 연계하였고, 매월 봉사자와의 안부확인 및 말벗을 통해 정희망님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정서적인 고립감을 다소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정희망님과 관계를 맺고 있던 요양보호센터장을 활동가로 매칭하여 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희망님, 곧 초복인데 저희랑 함께 몸보신하러 삼계탕 먹으러가요!”

“정희망님, 저랑 같이 이발소에서 머리 자르러 가요!”

“정희망님, 저랑 같이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눠요!”

이전에 비해 정희망님 가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게 되었으나, 사례관리자는 정희님에게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안전돌봄네트워크사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정희망님에게 안전돌봄네트워크 사업 삼계탕 나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하였고, 정희망님은 외부 식당으로 방문해야 하는 상황에 귀찮은 내색을 보였으나, 사례관리자의 지속적인 권유와 활동가인 요양보호센터장과 함께 하는 외부활동이기에 마침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외부 식당에서의 식사와 더불어 주변 참여자, 활동가들과의 소통으로 점차 지역 내 다양한 관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정희망님은 매일 홀로 식사하다가 다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더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하며, 종종 외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례관리자는 정희망님의 외부활동을 위해 거주지 인근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도록 권유하여 함께 방문하였고, 정희망님은 몇 년간 자르지 않고 방치하였던 머리를 자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희망님과 상담할 때 인근 카페로 약속 장소를 정하여 스스로 방문할 수 있도록 지지하였고, 처음 정희망님은 카페라는 공간이 생소하여 불편해 하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메뉴도 주문하고 카페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는 등 외출에 거리낌 없어졌습니다.

“선생님, 집에만 있기에는 심심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라도 없을까요? 여러 기관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저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느 날, 정희망님은 소일거리를 통해 외부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더불어 건강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간단한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사례관리자는 본 복지관 복지사각지대 소외계층 발굴 및 자원연계 네트워크인 사례·자원발굴단 정기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공유하였고, 협력기관인 ㈔온전한기쁨재단에서 정희망님이 최근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유급봉사활동을 통한 급여를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온전한기쁨재단 이사회와의 논의를 통해 본 복지관 대상자 2명에게 주중 도시락을 후원하고 있는 푸짐한한식에서 유급 봉사활동을 통한 도시락배달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함을 느껴요! 복지관 도시락배달을 시작한 이후부터 막걸리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상이 다시 회복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도시락배달 봉사활동을 통해 정희망님은 매일 본인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도시락배달에 방해되는 요인을 모두 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에 정희망님은 단번에 막걸리를 금주하고 건강회복을 위해 거주지 인근 공원을 산책하는 등 긍정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요!

“선생님 너무 고마워요. 처음 복지관에서 오실 때는 부담이 되고 귀찮았었어요. 그런데 복지관을 알고부터 지역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해요.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저도 다시 새 삶을 살아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본 복지관의 개입 전까지는 정희망님은 공공부조 지원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해왔습니다. 더불어 가정 내에는 정희망님을 돌볼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재하였고, 이로 인해 정희망님의 건강상태와 더불어 심리적 고립감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막막한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내의 따스한 관심 덕분에 정희망님은 다양한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받았고, 스스로 건강회복과 심리적 고립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도 정희망님의 삶을 희망찬 나날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정희망님과 함께 나아갈 예정이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심과 사랑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낸 정희망님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정희망님의 긍정적인 변화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주변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웃에게 작은 관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