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이 어렵고 병원에도 못 가는 분이 계세요.”

어느 날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에서 전화가 왔다. 이용자 중 영수씨가 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걱정인데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 일상생활이 걱정되어 장애인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첫 만남 – 수줍은 미소 뒤의 상처와 분노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 담당자와 함께 영수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부천시장애인복지관 이경우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니 “네...”라며 수줍게 웃었다.

평소 부끄럼이 많고 잘 웃던 영수씨가 어느 날 갑자기 “X발, 다 죽여버릴거야”소리를 지르며 퇴근했을 때, 단순한 골절이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6개월 동안 고생한 이유에 대해 여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수줍은 표정이 굳어지면서“앞니가 없어서 창피해요. 사람들이 놀려서...너무 싫어요. 그리고 병원에는 돈이 없어서 못가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분노가 극에 달해 사람을 칠 순 없으니 길가에 전봇대며 나무 등을 주먹으로 치는 일도 있고, 아버지가 무서워 병원비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영수씨는 장애연금을 받지 않고 가족의 지원도 없어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 고용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부천동행정복지센터의 정보를 통해 장애연금을 받고 있으며 모두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항상 돈이 없었고 혼날 것을 두려워해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과 복지관에는 얘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다양하지만 영수씨는 아버지,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 복지관으로부터 혼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영수씨의 아버지 또한 아들의 이런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도움을 주지 않으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수씨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 우리는 영수씨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어봐야 할 것이다.

가족과 영수씨의 한계와 소망

영수씨의 병원비에 대해 정희망님께 말씀드리니 “내가 올해 72살인데. 마누라도 아프고, 딸내미도 모자란데 지가 알아서 살아야지 나도 살기 힘들어요.”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하셨다.

집은 정희망님 자가지만 연세가 있으셨고, 엄마(지적장애 추정), 누나(영수씨보다 심한 지적장애)의 돌봄에 그 무게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가장 중요한 영수씨의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달라지기 원하는 것과 소망에 대해 여쭈었더니 “음...돈을 벌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는 남자라서 혼자 살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축구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골을 넣으면 너무 좋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영수씨의 소망과 강점 살리기 프로젝트

지적장애 심한 영수씨는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자전거도 잘 타고 대중교통도 혼자 이용할 수 있으며 은행 ATM기도 활용이 가능한 강점이 있다. 신체 기능이 뛰어나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 이용과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해 영수씨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소망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고 부천동행정복지센터, 부천시치의사회, 샘물자리,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다.

우선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해 샘물자리 직업 훈련과정에 착실히 참여하고 있고 꾸준히 이용할 수 있도록 샘물자리 담당자가 잘 다독이며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훈련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복사골FC(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발달장애인 풋살 프로그램)에서는 공격수로서의 재능이 있지만 아직 체력이 좋지 않아 기술 습득과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주 1회 이상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지관에서는 앞니 치료를 통해 영수씨의 상처와 분노를 조절할 수 있도록 부천동행정복지센터 지역케어회의에 의뢰하여 돌봄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었다.

“우리 영수씨가 달라졌어요.” - ｢부천시 지역사회의 협력｣

돌봄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어 장애인 치과치료가 가능해졌는데 부천시치과의사회에 문을 두드려 진단을 받으니 앞니 외에 다른 치아도 발치하게 되어 2개의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비싼 임플란트 비용, 지속적으로 불안과 분노가 쌓이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으며 환하게 웃지 못하는 영수씨의 상황에 당황하였다. 담당자와 영수씨의 고민하는 모습을 본 부천시치과의사회 회장님께서 “뭐가 걱정이에요? 나머지는 우리가 후원해 줄게요.”라며 비용에 대한 고민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다.

어느 날 샘물자리직업재활시설 담당자와 영수씨를 만났다. “선생님. 영수씨가 임플란트 치료를 받더니 많이 달라졌어요. 식사 후 스스로 양치를 하고 치아 관리하라며 주변 친구들한테 강조했어요. 이게 다 부천동행정복지센터, 부천시치과의사회, 복지관에서 도움을 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 같아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주셨다. 영수씨는 옆에서 말없이 ‘씨익’ 웃었다.

“선생님~ 저 대표 선수에요.”

어느 날 갑자기 영수씨가 “선생님 저 대표 선수에요.”라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올해 11월 개최될 예정이며 축구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경기도 대표 선수로 발탁되어 축구 대표선수가 된 기쁨을 함께 나눈 시간이었다.

영수씨가 가장 잘 하는 축구를 통해 웃음이 많아지고 행복한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어 문제 중심에서 벗어나 강점을 살리는 것이 당사자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체력적인 부담을 보완해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복사골FC 담당 선생님의 훈련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영수씨와 지역사회의 미래

영수씨는 한결같다. “돈 벌어야 해요. 그래서 일해야 하고, 연애도 하고 싶고, 축구도 하고 싶고...”

금전관리가 잘 되지 않는 영수씨는 생계비를 받아도 균형 있는 지출이 쉽지 않다. 근로는 훈련생 신분으로 직업을 갖기엔 많은 학습이 필요하며 축구는 재능이 있으나 직업으로 갖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강점을 살리기 위해 실천 가능한 직업 훈련, 임플란트 치료 등으로 재능인 축구를 살려 경기도 대표 선출까지 되었다.

발달장애인의 욕구와 요구의 범위를 설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지역사회가 영수씨를 이해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주인 된 삶을 지원할 수 있었다.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문제를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강점을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강점관점 해결중심 실천, 장애를 문제로 보지 않는 사람중심실천의 꿈파트너(사례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직선의 시선으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나 천천히 곡선의 시선으로영수씨가 주인 노릇을 가장 잘 하는 복사골 FC에 꾸준히 참여하도록 돕고, 가족의 일상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복지관, 샘물자리, 부천동행정복지센터)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부천시에서 영수씨가 주인으로서 공생성을 살리기 위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기다림의 미학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