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복지관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전화를 건 앳된 목소리의 중학교 졸업을 앞둔 중학교 3학년의 남학생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전화해보라고 해서 전화 해봤어요.”라는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였습니다. 남학생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현재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으며, 최근 경제문제를 책임지고 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먹는 급식 말고는 집에 밥이 없어서 배가 고프고, 학교 선생님한테는 또 다 얘기하기가 어려운데, 선생님이 복지관에 도움은 또 받을 수 있다고 하셔서..”라는 말을 듣고 즉시 가정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가정방문을 진행한 사회복지사는 더욱 아동에 대해 안타깝고 어려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방 2칸의 작고 정리되지 않은 집, 노쇠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든 할머니, 어깨가 무거운 아동까지.. 그렇게 범안종합사회복지관은 아동의 보호막이 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천천히 다가가기

먼저 사례관리자는 우선적으로 아동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동이 넉넉히 먹을 수 있도록 밑반찬 지원을 진행하였고,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동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습니다. 더불어 아동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정환경 개선을 위하여 경제활동을 위해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의 친모와 지속적인 유선 상담을 통해 아동의 희망 진로를 확인하여 아동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아동은 처음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던 용기와는 달리 사회복지사 대면 후 문제가 본격적으로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처음 받아보는 낯선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례관리자와의 만남을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사례관리자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위하여 억지로 시간을 맞추지 않도록 하였고, 아동의 동의가 꼭 필요한 상황에만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아동이 받아드리고 마음의 벽을 허물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아동과의 상담 시간에는 가정환경과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학교생활에 대한 가벼운 수다를 시작으로 사례관리자의 학창 시절에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 공부에 대한 잡담을 시작으로 친해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한참 수다를 떨던 중 하루는 아동이 ‘저 이제 선생님 만나는 건 어렵지 않고, 편해요. 제가 필요하실 때나 이야기 듣고 싶은 거 있으실 때 그냥 복지관으로 부르시면 거기로 갈게요.’라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성인이 되기까지의 동행

함께 동행하던 중 아동은 돈을 빨리 벌고 싶다며,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했던 과정도 있었습니다. 담당 사례관리자는 아동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조모, 친모와의 지속적인 연락은 물론 아동과 상담을 진행하고, 꿈을 위한 진로 지원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아동과 함께 동행한지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동은 어느덧 청년이 되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동은 사례관리자와 3년간 많이 친해졌지만, 아직 고마움을 말하기엔 부끄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상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아동을 열심히 양육하던 조모는 어느 덧 노쇠하여 아동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범안종합사회복지관은 아동이 성인이 되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옆에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아동의 삶 중 한 페이지에 범안이 동행하여 행복했습니다.

[범안종합사회복지관 박혜정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