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씨와의 첫 만남

유난히 볕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어느 봄날, 의료급여팀의 의뢰를 통해 자살을 시도하여 수개월 간 요양병원에서 치료 후 퇴원한 민수씨(가명)와 보호자인 민수씨의 누님을 함께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민수씨는 앙상한 몸에 늘어진 옷을 입고 머리를 숙이며 앉아 힘없이‘네’라는 답변과 함께 아무런 감정의 미동 없이 본인의 상황이나 상태를 전달하였고, 타지에 살고 있는 누님은 혼자 있는 동생을 대신하여 동생의 대출금을 갚으려 매달 300만원의 납부액을 수개월 동안 부담하면서, 혹여나 또 동생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더해져 노심초사한 그 시간만큼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민수씨 말씀하기 힘들면 천천히 얘기해 주세요. 기다릴게요.”

“강남에 있는 소형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틀어주는 일을 했어요. 일은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장은 매번 월급을 밀리고 주지 않았어요. 수중에 모아둔 돈은 없고, 돈이 필요하다 보니 제2금융권까지 대출을 해서 결국 매월 납부해야 하는 돈이 월 300만원까지 늘어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어요...살아가는게 너무 힘들어 버틸 수 있는 힘도...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구요.”

민수씨는 채무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려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무산소성 뇌손상과 이차성 파킨슨증 후유증이 남아 판단하는 능력도 약해졌고 걷거나 대소변을 가리는 일, 글씨를 쓰는 것도 일상의 모든 일들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도움의 손길, 누군가에게는 큰 힘

“민수씨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게요. 조금씩 나아질 의지를 가지고 같이 나아가요.”

혼자 지내는 민수씨는 끼니를 챙기고 준비하는 것부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컸지만 누님 이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었습니다. 또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민수씨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누님의 불안감 호소에 먼저 가사간병서비스 자원을 활용하여 안전 및 안부 확인으로 일상생활을 지원하였습니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불안정했던 민수씨의 일상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웃인 통장님, 경기도 중장년 마음돌봄, 부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주위 이웃부터 민수씨를 지지해줄 수 있는 지역사회에 자원들을 찾아갔습니다. 민수씨는“저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믿어주고 도움을 주려는 지역사회 기관들이 있는지 몰랐어요. 외딴섬에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응원에 힘입어 지금은 작지만 살아갈 힘이 생겼어요”라는 말과 함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습니다.

작지만 변화의 시작

다시 만난 민수씨는 눈빛부터 걸음걸이까지 소소하지만 모든게 변해 있었습니다. 민수씨의 누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선생님. 몸무게가 10kg 늘고 체력도 좋아져 도움 없이 걸을 수 있어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서비스 신청해주셔서 오늘은 누나랑 다녀왔는데 누나가 좋아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해 채무를 해결하고 싶어요.”

“민수씨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취업에 관련된 것은 어떤 방법이 있을지 함께 논의해봐요.”

“네. 선생님 혼자서는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을 함께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수씨의 건강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로 회복속도가 빨랐고 조금씩 자립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변화에 ‘살아갈 의지가 생기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자살’을 ‘살자’로 바꾸는 건 꾸준한 관심과 진심 어린 경청이라고 합니다.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경청으로 긍적적인 변화가 생긴 민수씨를 보며 또 다른 제2의 민수씨를 만나면 그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귀 기울여야겠다라며 사례관리사로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작은 변화의 시작을 맞이한 민수씨가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며 살아갈 앞날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범안동행정복지센터 복지과 김혜영 통합사례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