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산 아래 정명고 앞, 우리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새벽부터 내린 눈은 성주산 자락에도 골목골목에도 하얗게 쌓였다. 눈이 내리면 이곳은 지대가 높아 산바람에 쉽게 얼어붙거나 눈이 늦게까지 녹지 않는다. 노년층이 많이 살고 언덕이 많아 자칫 누군가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 누군가는 일찍 나서서 눈을 치워야 출근을 하고, 노인정으로 가는 길도 트인다. 대로변은 차량으로 염화칼슘을 뿌려대고 사람 이동이 많아 빨리 치울 수 있지만, 골목 골목은 사람손이 필요하다.

차량 바퀴자국을 따라서 길을 내기도 하지만, 몇몇 동네 어르신들이 앞장서 새벽부터 눈을 치웠다. 골목에서 빗자루질 소리가 나거나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면 벌써 누가 눈을 치우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김재진 어르신(73)은 아침 8시부터 3시간째 골목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 집 앞은 내가 치우기에 앞서 내 골목을 다 치우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눈 와도 눈 안치워요. 저 집하고 저 집하고만 치워요. 다들 늙은이들이 치우지요. 눈 안치우면 얼어붙고 차도 다니기 힘들어요. 작년에 남은 염화칼슘도 깨서 뿌렸어요.” 라며 동네를 걱정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이웃 골목의 황영자 아주머니(68)도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 작년에 심곡본1동 주민센터에서 나누어준 눈삽으로 눈을 퍼 나르고 있다. "나 지금 몇 시간째 치우고 있어..." 매년 앞장서 누군가를 위해서 골목 눈을 치우는 분들이다. 마침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옆집 젊은이가 삽을 쥐고 길을 뚫어 놓는다. 누군가 뚫어 놓은 이 길을 통해서 사람들은 안전하게 골목을 다닐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있어 산 밑 동네는 눈이 와도 안전하고 길이 뚫린다. 내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