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이 북 베트남군에 넘어가면서 참혹했던 15년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전쟁이 남긴 ‘병마’와 싸우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경기지부 부천시지회 사무장 이민호(67)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1967년 2월 17일 부산항 7함대에 승선해 베트남의 요충지인 퀴논에 상륙, 바로 구월 맹호사단 10포병 A포대에 소속되어 행정병으로 3년 남짓 복무했다.

전쟁의 상처는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깊다. 1970년 1월 10일 독수리 1호 작전에 투입된 이 씨는 군수 물자와 군 작전정보를 수집하는 행정병으로 대포나 총을 직접 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전우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모습과 공포를 직접 경험했다. 다행히 살아남아 귀국한 용사들은 전쟁 후유증과 고엽제로 현재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당시 ‘정글작전’에 나가면 머리 위에서 헬기가 흰색 액체를 쏟아 붓는다. 헬기가 지나 간 정글은 3시간 만에 잎이 타들어 간다. 정글을 이룬 숲이 누렇게 익어간다. 이민호 씨를 포함한 당시 월남 장병들은 단지 제초제인줄 알고 그것을 고스란히 다 맞았다. 심지어 시원하다며 바르기도 했다.

▲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경기지부 부천시지회 사무장 이민호(67) 씨

이 씨는 부천의 지리를 너무 잘 안다. ‘앉아 있는 네비게이션’이다. 오랜 택시 운전 경험 때문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택시를 운전하던 이 씨였다.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그의 몸에 이상이 갑자기 찾아왔다.

부천시 오정구 원종사거리에서 갑자기 한쪽 뇌에 이상이 찾아왔다. 몸의 절반이 마비되었다. 고엽제의 후유증이 시작된 것이다.

월남전은 이 씨에게 고혈압과 당뇨, 망막 합병증, 일광과민성피부염, 전립선 비대증, 중추신경장애 등 10가지 고엽제 증후군을 줬다. 지금도 그는 똑바로 앉을 순 있지만 한 쪽 다리를 절면서 걷는다.

고엽제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베트콩의 은신처인 정글을 없애기 위해 사용한 맹독성 제초제이다. 당시 노란색 드럼통에 담았다고 해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씨는 “우리 월남 참전용사들의 피와 눈물, 목숨의 대가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건설해 중화학공업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지금의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월남 참전용사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사회복지과 복지행정팀 032-625-3431]

- 시정뉴스 부천에서는 호국의 달 6월을 맞아 부천의 국가유공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민호 씨는 세번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