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17년 동안 파기도 싶지는 않지만, 남에게 퍼주는 일을 그 기간 내내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송내 1동 ‘향기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임성택씨는 자신이 하는 일을 무덤덤하게 이야기 한다. “별 할 말이 없어요. 특별한 계기도 없고 여기저기 봉사를 하다 급식소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분이 이런 큰 일을 감당하는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별 감흥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봉사의 본질은 확실히 짚는다. “남아야 준다, 이건 쓰레기 처리고요, 부족하지만 내 것에서 떼어 줄 수 있어야 이게 봉사에요.”

▲ 향기네 무료급식소를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임성택씨

해장국집 운영과 여러 개인 및 단체들의 지원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하루 150여분의 어르신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데 드는 매달 6~7백만 원의 운영비는 늘 큰 부담이다. 작년 여름에는 메르스의 여파로 어려워진 경기와, 개인위생의 염려로 다른 급식소들이 다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신했다.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급식을 제공하는 향기네 무료급식소다운 발상이다. 낮 12시부터 배식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부천은 불론, 인천, 서울에서 오신 복지사각지대의 어르신들이 아침 8시부터 문을 두드린다. 주위 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식 때까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밖에는 아직 들어오지 못한 어르신들이 긴 줄로 다음 배식 순서를 기다리고 계시고….

▲ 밖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

이 급식소는 약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매년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 경로잔치도 열고 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성기봉씨는 요새 시간적 여유가 있어 매일 같이 봉사에 참가하면서도 해드린다는 것 보다는 얻어가는 게 훨씬 많다고, 이곳에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를 느낀다고 10년 자원봉사 소감을 밝힌다. 임성택씨는 경기도와 부천시로부터 많은 공로상과 표창장을 받았으며, 작년 12월에는 아산 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자원봉사 부문 아산상을 수여했다.

▲ 향기네 무료급식소 배식 모습

올해 2월에 문을 연 “향기네 사랑방”은 아산상 상금을 몽땅털어 마련한 장소이다. 급식소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사랑방은 자원봉사자들, SNS상의 밴드 식구들 등 지역주민 누구나가 편하게 들러서 서로 소통하고 문화생활을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마련한 장소이다.

▲ 향기네 사랑방 오픈                 ▲ 향기네 사랑방 내부모습

 

그림과 사진 상시 전시회는 물론, 주중에는 장구 난타를 비롯하여 사진기초, 노래교실, 가죽공예 등의 강습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요일에는 영화 상영과 주말에는 가수들의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저 배고픈 자들에게 한 끼의 밥을 제공하던 향기네가 마음의 배고픔을 가진 자들의 ‘고픔’도 지나치지 않겠다는 듯이 보인다. 이 사랑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길, 그래서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향기를 이곳에서 강하게 뿜어주길 기대한다.

활동문의 : 향기네 무료급식소 032-664-4588

위치 : 소사구 송내대로 42번길 17(송내1동) ​

복사골기자 정 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