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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민중이고, 청춘이고, 인생이다"토속식물. 나무 어원연구가 고주환 씨의 나무사랑 이야기
이주희 시민기자(주부)  |  passionior@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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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13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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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서지방의 산을 중심으로 주말마다 산을 오르는 나무 전문가 고주환 씨  
    ▲ 영서지방의 산을 중심으로 주말마다 산을 오르는 나무 전문가 고주환 씨
    작가, 숲 해설가, 초목 인문학강사, 자유기고가, 토속식물 어원 연구가인 고주환(55. 상3동)씨에게 수식어가 참 많이 붙는다.

    그는 강원도 치악산 남쪽 기슭, 마을 입구가 천연기념물 제 93호인 성황림으로 가려진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곳에서 나고 자랐다. 성황림은 성역화 되어 일 년에 두 번 봄가을에 성황제를 지낼 때만 개방되는 곳으로 신단수의 원형을 볼 수 있으며 서낭목과 함께 숲 전체가 숭배의 대상으로 보존되고 있다. 고 씨의 부친은 목수였다. 목수 일을 하는 아버지 곁에서 일을 도우며 나무의 쓰임과 성질에 익숙하게 됐고 자연히 나무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나무와 밀착된 삶을 살며 언젠가는 남과 차별화된 나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틈나는 대로 산을 올랐고 나무 혹은 식물 이름의 어원과 생활 속 쓰임새, 생태적인 부분들을 눈으로 관찰하고 관련서적을 찾으며 자료를 차곡차곡 모았다. 틈틈이 기록해 둔 나무이야기가 2011년에 ‘나무가 민중이다’(글항아리)로 나왔다. 궁핍했던 부모세대에게 도구로, 식량으로 힘이 되어준 나무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 청년이 된 이후로 만난 나무 이야기가 중심이 된 ‘나무가 청춘이다’(글항아리)를 2013년 출판, 두 권 모두 3쇄에 들어갈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크다.

      ▲ '나무가 민중이다' '나무가 청춘이다' 거푸 나무 이야기를 펴냈다  
    ▲ '나무가 민중이다' '나무가 청춘이다' 거푸 나무 이야기를 펴냈다
    얼마 안 있으면 세 번째 도서 ‘나무가 인생이다’가 출간될 예정이다.여기에는 고 씨가 단란한 가정을 꾸린 후 그 속에서 인생을 차츰 알며 만난 나무 이야기들을 담아 냈다고 한다. 어떤 식물학 서적에서도, 역사서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나무와 풀 이야기들이다. 기존의 논문이나 서적, 인터넷 등의 정보에 의존해 나무를 연구하는 방식이 아닌 치악산, 오대산, 소백산, 설악산, 태기산 계방산 등 영서지방의 산들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는 나무를 만나러 매주 산을 오르고 또 오른 생생한 결과물들이다.

    “풀과 나무가 곧 민중이고 민초라고 본다. 가뭄, 풍상, 사람과 짐승에 밟히고 뜯기면서도 단비에 볕들면 다시 그 자리에 무성해지는 초목들. 천재지변, 전란, 서슬 퍼런 권력에 밟혀 쓰러진 듯하면 또 어느새 고개 들어 분주히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백성들과 다를 바 없어 나무가 좋고 풀이 좋다”고 말하는 고주환 씨. 그는 특히 치악산 전역에 무슨 나무가 어느 위치에서 식생하고 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다.

    영서지방의 나무 주종은 박달나무,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물박달나무, 싸리나무 등이다. 그는 우리의 옛 이야기에, 노래가사에, 음식 재료에, 구전되는 이야기 속의 나무이야기들을 찾아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평창. 인제 쪽에서는 지금도 느릅나무를 이용한 음식이 있다. 느릅나무 껍질을 말린 후 두드려서 추출한 가루를 옥수수 가루와 섞어 국수를 해 먹는데 이를 느릅지기국수라고 한다.

    토속식물의 어원 연구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싸리나무’가 ‘사리’가 되고 ‘쌀’이 되었다는 설을 반박, ‘화살나무’의 ‘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중부 이남에서 대나무가 화살촉의 주재료였다면 북쪽에서는 싸리나무가 곧고 가벼워 대나무를 대신해 화살촉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의 화살촉은 싸리나무였고, 신라 백제에서는 대나무를 화살촉으로 썼음을 증명하고 있다.이외에도 싸리나무는 사립문, 빗자루, 바지개, 회초리 등 실생활에서 용도가 다양했다.

    예나 지금이나 농기구의 손잡이는 모두 물푸레나무로 만든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고 부러지지 않는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각별히 애정이 가는 나무가 물푸레나무와 싸리나무이다. 과거에 사대부가 칭송하고 예술적 대상으로 삼았던 소나무 전나무보다는 민초들의 삶 속에 쓰임이 많았던 나무들인 까닭이다.

    나무가 좋아 산을 오르지만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 좀 더 나은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하다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 일, 멧돼지를 만나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일, 카메라를 수차례 깨 먹은 일 등 고비도 있었지만 간절히 찾던 나무를 만나게 되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산겨릅나무를 찾기 위해 온 산을 수없이 헤매다가 결국은 만났고, 산가막살나무 열매를 만났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단다.

    가끔씩 그는 부천의 산에도 오른다. “원미산에서 오색딱따구리와 까막딱따구리를 만난 적이 있다. 부천의 산은 야트막하지만 식생이 다양하고 비교적 여건이 좋은 편이다. 특히 둘레길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산책하기에 적당해 지치지 않고 가족과 함께 담소하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란다. 무릉도원의 숲 해설 안내도 잘 돼 있지만 너무 생태적인 부분에는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귀띔도 해줬다.

    나무를 만나고, 풀을 만나고 꽃을 만나러 사계절 내내 산을 누비는 그는 “산에 가면 포근함이 느껴지고 태초의 엄마 품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단다. 주말마다 나무를 만나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에게서는 나무 향내가 그득하게 느껴졌다.

    그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를 좋아한다. 소설 속에는 마타리, 칡꽃, 갈꽃 등의 식물 이름이 묘사된다. 식물들의 이름을 리얼하게 담아낸 소설은 아주 드물다. 그도 나무와 풀의 이름이 소설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며 리얼하게 묘사되는 정감있는 소설을 쓰고 싶단다. 고 씨의 나무 이야기는 끝없이 진화할 것 같다.

      ▲ 초등생 딸도 이제는 나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주말산행을 빠지지 않는다  
    ▲ 초등생 딸도 이제는 나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주말산행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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