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그냥 뛰어들면 안 돼. 왜냐하면 물에 빠진 사람은 이성을 잃은 상태라서 눈에 보이는 게 없거든”
주식 투자로 시작해 위험한 선물 옵션에 손을 댄 시동생이 있다. 이 시동생은 시어머니의 아파트와 4형제의 적금을 한순간에 ‘해 먹었다’. 그래도 포기를 못 하는 시동생은 밤잠도 자지 않고 주식과 코인에만 매달리며 끊임없이 돈을 요구한다.

▲ 2023 부천만화대상은 이하진 작가의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수상했다.

이는 2023 부천만화대상을 받은 이하진 작가의 ‘도박중독자의 가족’의 내용이다. ‘중독’은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 즉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하진 작가가 직접 겪은 상황을 담은 이 내용은 2030 세대들에게 생활과 투자의 기본으로 생각되고있는 주식 투자가 어떻게 ‘도박중독’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웹툰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 작품은 ‘도박중독자’가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깔려 있다."라고. 책에서는 셋째 시동생이 저지른 엄청난 일을 가족이니깐 도와야 한다고 가족들이 수습하고 떠안는다. 형수 입장인 이하진 작가는 시동생의 전문가 상담을 권하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사태는 끝나지 않는다. 누구가가 수습해주는 이런 상황은 시동생을 더 심한 중독으로 빠지게 하고 결과적으로 시어머니부터 4형제 집안이 연쇄적으로 파탄을 맞이한다.

▲ 주식에서 시작된 셋째 시동생이 도박중독으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이하진 작가의 실제 경험을 담아 리얼하게 표현했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의 내용 일부분

이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단어가 ‘공동의존’이다. 이는 도박자의 가족이 도박자의 도박 행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비난하면서 도박자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고 도박으로 파생된 재정적, 법률적 문제들을 가족이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도박’은 액수를 떠나서 당사자가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것을. 공동의존으로 가족들이 해결해주고 고통 분담을 할 때 단순한 ‘도박’이 ‘도박중독’으로 갈 수도 있음을 말이다.

▲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한 작품이며 웹툰에 연재될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웹툰 연재 모습

2023 부천만화대상은 2022년 동안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했고 후보작 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작을 선정하고 지난 8월 1일 부천만화대상을 비롯해 신인만화부문, 해외만화부문, 학술부문 등 4개 부문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앞서 소개한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올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부천만화대상은 국내외 만화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만화출판 장려를 통해 한국만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4년부터 시작됐다. 1회 대상 수상작이 허영만 《식객》, 2회 대상 수상작이 강풀 《아파트》, 15회 대상 수상작이 최규석 《송곳》일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에 수상하는 상이다. 올해에도 특이한 소재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 이하진 작가의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수상을 하게 되어 큰 박수를 보낸다.

▲ 국내 최대 만화 축제인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9월 1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천시는 대한민국 최초로 만화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최초 만화 관련 부서인 만화산업팀을 운영하는 도시다.
부천 어느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화 관련 내용이 부천시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런 부천의 대표적인 만화 관련 축제인 제26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9월 1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만화, 마음을 열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만화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Singing BICOF’ 창작음악제, ‘만화 전시’, ‘컨퍼런스’, ‘만화마켓관’, ‘비즈니스 상담회’, ‘세계웹툰포럼’ 등의 행사에 참가할 수 있고, 부천만화대상 및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한류를 이끌고 있는 한국만화의 흐름과 만화산업을 주도하는 부천 만화의 위상을 보고 싶다면 9월 14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을 방문해 보자. 만화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