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연 심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수상작 『파친코』는 사회적으로 나약한 존재인 여성 선자가 식민 통치와 전쟁 등 20세기 아시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인생의 여정을 한걸음 한걸음 헤쳐나가는 위엄 있는 모습을 이 소설은 생생하게 펼쳐 보여줍니다.”

1.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의 정하연 교수입니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오가며 한국문학을 영어로, 또 영미문학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2. 수상작 『파친코』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정말 많은 멋진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세계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이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참 값진 경험입니다.

여러 작품 중 『파친코』는 세계문학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현대적 소설작법으로 전달하여 높은 극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특히 서사와 인물의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이 책을 내려놓기 힘들게 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사회적으로 나약한 존재인 여성 선자가 식민통치와 전쟁 등 20세기 아시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인생의 여정을 한걸음 한걸음 헤쳐나가는 위엄 있는 모습을 이 소설은 생생하게 펼쳐 보여줍니다. 또한 대하소설의 스케일을 지녔음에도 속도감 있는 서사의 전개, 그리고 시점 전환을 통해 여러 인물의 깊은 내면을 전달해주는 세련된 작법이 이 소설의 완성도와 울림을 성취해내고 있습니다.

부천디아스포라 문학상으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의미와 매력을 새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 수상작 『파친코』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장면이나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면?

전쟁의 위험을 피해 선자의 가족이 일본인 다마구치의 감자농장에서 지내게 되는 부분이 저는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데요, 하나의 짧은 장에서 많은 극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또한 이야기의 이면에 있던 사실들이 표면으로 드러나 강한 인상을 남긴 듯 합니다. 처음으로 노아의 생부 고한수가 선자의 가족들과 직접 관계를 쌓으면서 극적 전개가 위태로워짐과 동시에, 한국인인 선자의 가족이 처음으로 일본인 가족과 서로 의지하고 신뢰를 쌓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4. 평소 어떤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소설을 가장 많이 읽습니다.

상상력과 공감 능력을 동원하여 타자의 삶 속에 깊이 들어가보고, 또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예술적으로 매력적이고, 또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언어의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누리는 것 또한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큰 즐거움이고요.

5.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디아스포라>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디아스포라 즉 이산이라는 현상, 그리고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은 보편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하나의 타국”이라는 시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익숙한 곳, 즉 과거를 뒤로 하고 낯선 곳, 즉 미래를 향해 떠나갑니다. 이러한 보편적인 인생의 여정이 디아스포라의 불안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과 겹쳐진다고 보이고, 디아스포라 서사가 많은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정하연 심사위원 인터뷰 영상 : https://youtu.be/GaEJDiomF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