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주, 노,초,파,남,보 오색빛깔 무지개가 떴다.  화사한 튤립꽃이 휴일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병풍처럼 야트막한 산허리를 둘러친 그림같은 풍경에 이끌려 부천 농경유물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입구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그 옛날 마을 입구에 세웠던 풍습인데 남, 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승이다.


 아름다운 산천 엄니의 포근한 사랑을 그리며 한걸음에 달려갔다. 툇마루에 걸치기도 전에 낡은 부엌을 기웃거린다.

"엄니~! 밥주세요~!"
"배고프지, 어여 오너라~!"

꿈에도 그리는 엄니가 새하얀 버선발로 뛰어나와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반갑게 맞이 할 것만 같다.
 

  가마솥에 새하얀 쌀밥을 따끈하게 지어내던 엄니의 손길이 떠올랐다. 자식을 위해 정성껏 지은 밥이 식을세라 아랫목 이불속에 묻어두고 기다리던 모정이 그립다.
    

 가족을 위해 힘겹게 물동이를 지며 어깨가 부서져도 환한 미소를 보이시던 엄니~!
자식들을 위하여 허리가 휘어지도록 고생하신  엄니~!
주름진 얼굴에 거친 손마디로 땀을 훔치시던 엄니~!
정겨운 그 손길 지금은 어디에~!

울컥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부모님 살아 생전에 효를 올려야 나중에 후회없을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간 후에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멀리 계신 부모님께 작은 정성이라도 올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농번기를 준비하기 위하여 겨우내 가마니를 짜던 틀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구경도 못했던 농기구이다. 사실 요즈음 중년세대도 실감이 나지 않는 기구들이다. 하지만 그 옛날 농부들이 사용했던 기구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콩을 갈아내는 맷돌이다. 맷돌위에 불린콩과 물을 섞어 부어주고나서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믹서기에서 갈린 것처럼 콩물이 된다. 맛있는 두부나 전 등을 지져 먹을 수 있기에 예전에는 가정에서 꼭 필요한 기구였다.
 

  절구통에 곡식을 넣고 빻아서 다양한 양식을 만들어 낸다. 울엄니는 절구통에 찹쌀떡을 찧어서 자주 만들어 주셨다. 98세로 치매기가 있으신 엄니는 지금도 절구통을 가져오라고 생떼를 쓰신다. 우리는 나중에 가져다 드린다며 엄니를 달래는데 애를 쓴다.

엄니세대에는 절구통이 주방의 필수품이였기에 치매에 걸려도 절구통을 잊지 못하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같다.


 새봄이 오면 농사를 짓기 위하여 소를 이용하여 쟁기질을 한다. 지난해 묵었던 밭이나 논을 갈아서 새로운 터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벼를 심기위하여 논에 물을 대고 쟁기질을 한다. 위에 있는 기구로 써래질을 해야 평평하게 대지를 고른다. 모내기를 하기전에 반드시 해줘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남태는 흙덩이를 부수거나 농작물 파종 후 씨앗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땅을 다지는 도구이다. 제주도에서 조, 기장 등 농사에 사용했던 기구이다. 

  
동장군은 거름통으로 이용되며 물 종류를 운반하는 기구인데 좀 특이하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묵었던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어깨에 지고 나르는 기구로서 주로 사용되었다. 


  옛날 자가용 역할을 하는 우마차이다. 소의 힘을 빌려서 끌고 다니며 농작물의 이동을 손쉽게 하던 기구이다.
 

  홀태는 덜 익은 풋벼를 베어 미리 수확하는 농기구이다.


풍구는 공기의 기류를 이용하여 곡물을 선별하는 연장인데 1시간에 15가마의 벼를 선별 할 수 있다. 방앗간에서 사용되었던 기구이다.
 

  돌돌 말린 멍석은 흔히 사람이 앉거나 곡식을 널어 말리는데 쓰여진다. 짚으로 엮어 만든 큰 자리로서 가을걷이 할 때 벼와 고추, 콩 등을 말리는데 유용하게 쓰여진다. 낟알을 떨어내는 데 쓰이는 파란색의 탈곡기도 있다.


   다양한 농산물들을 담아서 어깨에 지고 나르는 지게이다. 요즘에는 작은 소품으로 만들어서 장식품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디딜방아는 둥그런 통속에 농작물을 넣고 사람이 발로 디뎌서 내려오는 힘을 이용하여 곡식을 찧거나 빻아내는 기구이다.

연자방아는 커다란 돌에 걸이를 만들어 소의 등에 맨다. 소가 방아 주변을 빙빙 돌면 커다란 돌이 움직이며 곡식의 껍질이 벗겨진다. 벗겨진 알곡들로 맛있는 먹거리를 마련하여 가족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소가 농부의 일손을 많이 도왔다. 논과 밭을 갈때나 써래질을 할때 달구지를 이용하여 농작물을 운반 할 때  농가에서는 꼭 필요한 일손이었다. 시골길을 따라 소와 함께 달구지를 끌고 가는 풍경이 정겹게 보였다.

현대에는 기계의 발달로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농가가 거의 없다. 달구지 대신 경운기가 대체되고 농부의 일손대신 모를 심는 기계가 대체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농기구의 발달로 농사를 짓기에 편리하다. 그 결과 농작물의 수확도 배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이 사용했던 농기구들을 바라보며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꼈다.

 행주치마를 입고 새참을 머리에 인 엄니의 모습이 그립다. 앞집 뒷집 이웃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밥한술 나누던 그 때 그시절을 회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