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가 다가온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알리는 신호다. 그래서인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8월임에도 장마가 끝나지 않은 듯, 비 오는 날이 많아서 외출이 쉽지 않았는데 다시 날씨가 좋아지니 어디든 가고 싶다. 얼마 안 남은 여름날의 상동호수공원에서 말갛게 씻긴 나무들도 보고 깊어진 호수도 보면 눈이 시원할 것 같았다.

지난 7월의 상동호수공원은 온통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다. '도시숲 조성공사'가 끝난 지금은 보도블럭을 새로 깔아 말끔해졌고, 길게 이어진 야생초 화단에는 온갖 꽃과 나무가 다양하게 심어져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또한,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에서는 8월 31일까지 '여름꽃 전시회'를 진행한다. 백일홍, 비덴스, 폭죽꽃, 아스타, 펜타스 등 15종 1500본을 전시한다.

호수공원에서의 산책을 자주 즐긴다는 송미영씨(약대동, 54세)는 "날이 좋을 때는 호수공원을 걷고, 덥거나 비 오거나 겨울에는 실내 식물원인 수피아에서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카페도 있다 하니 금상첨화입니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친구들과 방문해 꽃과 나무를 보며 차도 마시고 수피아를 찬찬히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상동 호수공원 내의 '케어가든'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개방하는 힐링, 치유, 돌봄 프로그램 체험 공간이다. 정원 가꾸기, 원예치료, 푸드 테라피, 매실원 체험, 포도 체험, 허브 체험, 웰빙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은 포도가 영글어가고 있고 다양한 꽃과 채소, 과일이 여름의 끝을 장식하고 있다. 케어가든 내 작은 호수와 개울엔 물소리도 졸졸 들려 귀를 간지럽힌다.
케어가든이 아니어도 상동호수공원에는 다양한 식물, 채소, 과일나무를 볼 수 있다. 토종 벼도 종류 별로 심어져 있어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학습의 장이 된다.
이맘때의 상동호수공원에는 배롱나무가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맥문동 꽃 또한 예쁘게 피어 설레는 마음으로 공원을 찾게 된다.

전에는 없던 비보이 조형물도 눈에 띈다. 세계 1위 비보이팀 진조크루가 부천시 문화예술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부천이 세계 비보이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것이 떠올랐다.
저녁이 되니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리고 시민들이 모여들더니 에어로빅이 시작되었다. 저녁 8시부터 한시간 가량 진행되는 에어로빅은 기존 회원들과 더불어 지나가는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율동도 어렵지 않고 체조같은 동작도 많아 즐겁게 운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해질 무렵부터는 어린이들을 동반한 부모들, 어르신, 청춘남녀가 운동과 산책, 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상동호수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낮엔 아직 더위가 기승이지만, 날과 때를 잘 맞추면 시원하고 아름다운 상동호수공원에서 여름의 낭만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