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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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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9  09: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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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하지만 우리 형님댁 좀 가주실 수 있을까요…?”

    주민지원센터에 김씨 아저씨의 동생 부부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평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했던 형이 며칠 동안 인기척이 전혀 없다는 통장님의 연락을 받고 동생 부부가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김씨 아저씨를 아시나요?

    동생 부부와 이웃들에게서 김씨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었습니다.

    그의 이웃은 ‘이혼한 아내가 윗집에 살고 있어요. 화해하게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곳에 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웃은 ‘아랫집 할머니가 커피를 가지고 올라왔다가 돌아가셨어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랫집 할머니는 살아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이웃들은 아저씨의 이상한 말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생 부부는 김씨 아저씨가 4년 전부터 명절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아 택배 운송장에 붙은 주소로 찾아와 가끔 둘러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유

    김씨 아저씨의 집에 찾아가 보니 다행히 동생 부부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기력한 눈빛에 버짐 같은 발진이 온몸 이곳저곳에 동그랗게 피어 있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른 몸의 김씨 아저씨의 모습이 우리의 발길을 잡았습니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했던 김씨 아저씨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한 끝에 아저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10년 전 사업이 망하고 가족들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 아내와 이혼하게 되고 자녀들과 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녀들과 다투고 나서는 전 아내와 자녀들 모두 연락이 끊겨 혼자 남았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삶이 무기력해지면서 커피와 막걸리로 끼니를 때우면서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쌀 5kg를 한 달 동안 나눠 먹으며 지낸 김씨 아저씨의 몸은 너무 말라서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혼자 남게된 후로 택시 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택시 운전도 꾸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당뇨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오래 하면 균형감각이 이상해져요. 손님들이 창문을 열면 발이 하얗게 되면서 무서워져요. 동상에 걸리는 것 같아요.”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뇨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망상증이 생긴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반 년은 일을 하고 두세 달씩 쉬었다고 했습니다.

    아저씨의 작은 방 안에는 낚시대와 카메라, 향수가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다시 낚시 다닐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예전엔 낚시를 자주 다녔지만 이제는 돈이 없어서 못 가신다고 하였습니다. 카메라들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보려고 했으나 요금이 미납되어 정지된 핸드폰으로는 그마저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보증금 300만원을 다 소진하고도 월세가 3개월이나 밀려 가스요금도 몇 달 동안 체납된 상태였고, 전기와 수도 역시 미납요금이 꽤 있는 상태였습니다.

     

    민·관의 따듯한 손길로 시작된 변화

    우선 김씨 아저씨의 건강부터 회복시켜야 했습니다. 민간에서 후원한 간편식을 전달하여 끼니부터 챙겨 드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던 김씨 아저씨는 혼자서도 하루에 2끼 이상은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민간 위원회와 단체,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공기관 등에서 후원받은 생필품과 상품권 등도 전달하여 일상생활 유지에 보탬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또 보건소와 연계하는 보건복지 상담 서비스를 통해 건강 상태 체크를 하고 영양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혼자 남았다는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원했던 형제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동생 부부와의 연락을 주선하였습니다.

       “동생과 오랜만에 만나서 순댓국을 먹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김씨 아저씨가 동생 부부를 만난 후 전화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김씨 아저씨의 환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동생 부부가 보태준 돈으로 핸드폰 요금도 납부 했다고 하였습니다. 형제와의 관계가 회복되자 아저씨의 우울증이 나아졌습니다. 김씨 아저씨의 눈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밀린 월세와 공과금이었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료와 공과금 체납된 건으로 공공기관에 신청하여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서류를 모두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고, 지원 대상자가 된 김씨 아저씨는 3개월 동안 약 45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그 지원금으로 당뇨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도 가고, 밀린 월세와 공과금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다시 택시 운전 시작했습니다. 두세 달 전부터요. 이제 택시 운전이 재미있어요.”

    김씨 아저씨께서 얼마 전 갑자기 말씀하셨습니다. 일을 시작했을 땐 또다시 외로워질까 말씀하시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좋아졌다고 하셨습니다. 택시 운전도 무섭지 않고, 손님들과도 대화하고, 밥도 챙겨 먹을 수 있고, 병원에도 다녀와 아프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김씨 아저씨의 홀로서기를 응원해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았습니다.

        “아버님, 그럼 제가 앞으로 연락을 줄여도 괜찮으시겠어요?”

    “음… 그동안 많은 위로와 힘이 됐어요. 하지만 또 다른 어려운 분들 도와주셔야 하니까. 제가 일거리 덜어드려야죠.”

       “대신 또 어려운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 연락 주셔야 해요. 응원할게요.”

    아저씨는 처음 만났던 날의 무기력했던 목소리와 다르게 흔쾌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앞으로는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하는 마음으로 가끔 전화를 드리려고 합니다. 언젠가 전화를 드리면 밝은 모습으로 택시를 운전하며 받아주시길 기대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 모두를 변화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동시에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스터 택시’ 아저씨의 인생을 변화시킨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작은 관심과 응원이었습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는지 관심 있게 봐주세요. 민·관의 모든 사례관리 담당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미지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김민정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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