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옛 베르네천 변을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간판들이 종종 눈에 뜨인다. 주변에 대부분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베르네천이 복개되면서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쉽게 놓쳐버릴, 그래서 입소문으로 찾아가 볼 만한 노포를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80년대 부천에서 서울 영등포를 오가던 105번 버스 종점 근처, 지금의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숯불 닭갈비 집. 85년 6월에 문을 연 이래 36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숨은 맛집이다.

메뉴라고 해 봐야 딱 두 가지. 닭갈비, 닭똥집이 전부이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투박한 80년대의 감성을 더 해 단골손님에게만 준다는 경단의 맛은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딱 그 맛이다.

인근이 개발되기 시작하던 80년대 전주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부천에 정착해 닭갈비 집을 연 주인장(이강훈, 73세)은 “외식문화가 없던 배고픈 시절이었으니까 손님이 와서 주문하면 뭐든지 푸짐하게 줘야 마음이 편했고, 그래서 지금도 그 양은 줄이지 않고 있다.”며 “아주 예전에 와 본 적이 있는데 그 맛이 생각나 일부러 멀리서 찾아왔다는 손님이 그 맛 그대로여서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50여 개의 테이블이 꽉 찬다거나 테이블이 비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집에서 숯을 공수해오고, 닭도 36년을 같은 집에서 가져오는 것과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아내하고 둘이서 운영해오는 꾸준함 덕분이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자연보호 지도 위원이나 청소년 지도위원, 새마을 협의회 등 봉사활동도 36년간 이어오고 있다는 주인장에게 이번에는 ‘힘든 점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경단은 닭의 목뼈 부위를 잘게 다져서 만드는데 그 양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고소하고 감칠맛이 있어서 단골들이 특히 많이 찾는데, 이제는 나이가 드니까 팔 힘이 줄어들어 경단 만드는 일을 못 하게 될까 그게 가장 염려된다.“ 코로나 상황의 매출 저하를 듣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세월을 따라 기름에 찌든 수납장, 연통, 굴뚝...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문득 레트로 감성이 그리운 날이면 오래된 동네에 가보자. 그곳에서 오랜 친구 같은 반가운 집들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꼬꼬숯불바베큐 (032)674-4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