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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따듯한 품으로
부천시청  |  moran201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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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5  15: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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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주민센터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먹고 있어요.”

출근길 동사무소를 향하던 직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걱정스럽게 돌아본 그 곳에 아버님께서 계셨다.

왜 그곳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드시냐고 물었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라고 대답하셨다. 다시 음식물 쓰레기에 손을 대시려고하여 저희가 드실만한 것을 가져다드린다고 설득한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버님은 절뚝거리며 느릿느릿 집으로 향하셨다. 얇은 가을 옷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11월, 찬바람과 어울리지 않은 차림새로 가시는 뒷모습이 더욱 스산해보였다.

급히 쌀과 라면을 챙겨 아버님 댁으로 향하였다. 올라가는 계단부터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집안은 냉기가 가득했고 쓰레기와 각종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가스는 끊겨있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아버님, 오늘은 며칠일까요? 지금 몇 살이세요?”

아버님과의 만남 이후 정확한 인지 수준과 치매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원미치매센터에 문의했다. 악취를 풍기는 그 상태로는 이동도 진료도 불가능했다. 방문검사를 진행하기로하고 간호사와 동행하여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단전 경고문이 붉은 색 글씨로 적혀있었다. 전기마저 끊기면 당장 밥부터 해 드실 수 없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우선 간이 치매 검사를 시작했다. “아버님, 지금 몇 살이세요?”,“6땡.”,“6땡이 뭐예요?”,“66살이라고.”지금 60세이신데.. “오늘은 며칠일까요?”,“몰라...9월인가? 10월인가?” 11월 중순에 어울리지 않았던 옷차림엔 이유가 있었다. 치매뿐 아니라 인지손상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급자가 아니라 센터에서는 지원을 해줄 방법이 없었다. 수급신청은 조건이 맞지 않고 긴급지원도 이력이 있어 다시 받을 수 없는 상황. 우선 돌봄이 급했다. 장기적인 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에 치매 진단이 시급했다. 검사를 위해 새 옷을 사드리고 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중증알츠하이머 진행,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하셨다. 봄에 검사할 때 만해도 치매가 아니었는데...진행이 지나치게 빠른 편이었다. 우선 가스비, 전기요금, 건강보험료를 해결해야했다. 다행히 사업비로 지원 가능했다.

“아버님, 따뜻하고 맛있는 밥도 주는 병원에서 지내보실래요?”

장기요양등급을 받기는 했는데 수급자가 아닌 게 문제가 된다. 이비 사업비는 검사비와 가스요금 지원 등으로 바닥난 상황. 병원 사회사업실에 사정을 설명한 후 부탁해보았지만 수급자가 아니라서 지원은 어렵다는 답변뿐. 안타까움을 호소하였더니 우선 접수는 받아주겠지만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겨울은 긴데...그리고 더러운 집에 요양보호사도 오지 않는다고하니 집청소도 해야하는데...단기라도 병원 입원을 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 초 강경했던 태도와는 달리 순순히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볼수록 느껴지는 건 아이가 되버리셨구나...

“아버님 바지를 벗으셔야죠...”

입원을 대비해 시설등급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이전에 사드린 새 옷으로 갈아입으시라고 요청했다. 웃옷은 입으셨는데 바지는 절대 갈아입지 않겠다고 버티시는 상황. 바지에는 선명한 오줌자국이 있었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아버님께서 바닥에 주저 앉으시더니 바지를 들어 주섬주섬 닦는다. 아...대변이었다. 이전에는 소변만 옷 입은 채 보셨는데..이젠 대변까지...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당장 입원해야 하는데... 보호자와 30년가량 연락 두절인 상황.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지만 아버님 성함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본인이 어린 시절 학대 받다가 도망쳤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선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한 후 통화를 종료하였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호자 협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날 두 번째 통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시고 이젠 아기가 되버렸다고...저희가 할 수 없고 보호자께서 한 번 와서 살펴보고 결정을 하시라고하니 말없이 한숨만 쉬다가 전화를 끊는다.

며칠 뒤 걸려온 전화. 조마조마했던 마음과는 달리 보호자는 큰 결심을 한 듯 담당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처음의 강경했던 태도와는 달리 많이 차분해지셨다. 보호자께서 상담 이후 결심을 하신 듯 적극적으로 임하셨다. 목욕, 병원입원, 집 청소 등 보호자와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제 자녀분을 만나실거예요. 만나면 예쁜 말만 해주세요.”

병원 입원을 위해 이동하는 차안. 점심을 드실 수 있을지 몰라 빵과 우유를 사드리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자녀 분 있으신 것 기억하시는지, 보고 싶으신지..

아신다고, 보고 싶다고. 자녀분이 도와주셔서 병원 입원도 하시고 앞으로 돌봐주실 것이라고하자 한참을 말없이 계신다. 눈가가 촉촉하다. 한참 만에 “고맙네요.”하신 후 다시 말이 없으셨다. 자녀 분 만나면 꼭 예쁜 말, 고맙다는 말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 어려워도 제가 보호자 역할을 해야죠. 아빠잖아요...”

사례관리 종결 이후 보호자께서 주민센터로 연락을 주신다. 이것저것 모르는 게 많다며 물으시다가 멋쩍게 웃으시며 “모든 게 처음이라 모르겠지만...이제는 제가 책임져야죠. 아빠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법원과 병원을 오가며 정신없는 보호자님. 오랜 미움을 풀고 후회 없이 아버님과 남은 시간을 보내시길 마음속으로 응원해본다.

부천동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유송이 주무관

  ▲ https://cs.smartraiser.co.kr/api/hopefoundation.or.kr/Gift/Gift?fundID=7090&custompage=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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