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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저울 한 번 안 속이고 재료 안 떼먹고 살았어!”춘의동의 35년 된 ‘태기방앗간’ 이야기
정선주 시민기자(복사골)  |  wjd711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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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2  16: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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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의동의 35년 된 방앗간 태기방앗간 모습  
    ▲ 춘의동의 35년 된 방앗간 태기방앗간 모습

    “뭘 그런 걸 다 찍고 그려? 참말로, 별것도 없는디...” 조정숙 어르신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오래된 방앗간 사진을 찍는다고 방앗간 여기저기에서 셔터를 누르니 필자를 향해 별것도 없는 가게를 찍는다고 언성을 높이신다. 사실 그 말이 맞다. 별것이 없었다. 35년 방앗간의 흔적은 ‘태기 방앗간’이라는 오래된 간판과 지나온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게 입구의 모습들뿐이다. 그 흔한 전화번호도 안 적혀 있다. 간판이 없다면 오래된 살림집이구나 하고 지나칠 뻔했다. 고추나 쌀을 빻는 기계도 없고 오직 기름만을 짜는 오래된 기계만이 동그라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 짜낸 참기름과 들기름만 있을 뿐이다.

      ▲ 태기방앗간 입구 모습  
    ▲ 태기방앗간 입구 모습

    50년 전 시집오면서 부천에 쭉 사셨고 결혼 후 슈퍼를 하다 어찌어찌해서 방앗간을 차려 지금까지 이러고 지낸다고 조정자(78세, 춘의동) 어르신이 이야기를 꺼내 놓으신다. 춘의동에 오래된 방앗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취재를 왔다고 하니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손사래부터 치신다.

    “나는 이때꺼정 저울 한 번 안 속이고 살았고, 고추고 깨고 재료 떼먹은 거 없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대로 주고 살았어. 남 속이는 거 못해. ” 장삿속이 밝지 못해 큰돈을 벌지 못했어도 그래도 이 방앗간 하면서 자녀들을 다 키워냈다고 하신다. 빻은 고추 근수랑 짜낸 기름양에 손님이 의심을 품고 주인을 의심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는 어르신은 손님이 지나치게 억지를 부린다 싶으면 냅다 욕을 질렀을 정도로 갈갈한 성격이시다. 그런 꼿꼿함이 35년째 같은 자리에서 고집스럽게 방앗간을 하게 한 원동력이리라. 지금은 춘의동 행정복지센터 근처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해서 아는 사람 아니고는 쉽게 찾아올 수도 없는 곳이지만 춘의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는 박카스병, 소주병을 닦아 기름을 담는 족족 다 팔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힘에 부쳐 할아버지만 기름을 짜고 할머니는 고추 빻는 일을 그만뒀다.

      ▲ 태기방앗간에선 참기름과 들기름 2종류만 단촐하게 판다.  
    ▲ 태기방앗간에선 참기름과 들기름 2종류만 단촐하게 판다.

    “징글징글해! 고추가 넌더리가 나!” 방앗간 하시면서 돈은 많이 버셨냐는 필자의 물음에 대뜸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그리곤 “나는 고추를 내가 곱게 다 됐다 할 때까지 다른 집보다 한두 번 더 넣어 갈아줬어. 그것도 딴 집보다 싸게. 고춧가루 한 번 만들면 1~2년 먹는데 먹을 때마다 거칠면 얼마나 속상하겠나 싶어서... 그래서 새벽부터 몸을 많이 썼어. 영감은 잠만 자면 나 몰라라 하고...” 처음 방앗간을 맡았을 때는 기름 짜는 법도 몰랐다는 어르신은 35년이 지나선 방앗간 일 말고는 인생에서 특별히 말할 거리가 없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지금은 기름 한 병 안 팔리는 날도 있지만 여기서 살다 이사 간 오랜 단골들이 한 번 올 때마다 몇 병씩 사가고 명절에는 선물용으로 10병씩 주문해오기도 한단다. 35년 정직하게 기름을 짜낸 어르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리라.

      ▲ 태기 방앗간의 오래된 기름 착유기 모습  
    ▲ 태기 방앗간의 오래된 기름 착유기 모습

    명절 때 엄마 따라 방앗간을 가면 불린 쌀 다라이들이 줄을 서 있고 뿌연 수증기로 가득 차 있던 유년 시절의 방앗간이 떠오른다. 바깥에서 장사로 얼굴 보기도 바쁜 엄마가 명절 준비차 막둥이인 내 손을 잡고 나서는 특별한 날의 특별했던 장소 방앗간. 가난하지만 그때만은 남 부러울 것 없는 부자인 듯했다. 

    몸이 으스러져라 방앗간에서 고추 빻다 보니 어느새 35년이 흘러갔다는 조정자 어르신의 말에 묵혀둔 가슴 한구석이 저린다. 고추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인생을, 어르신의 몸을 빻으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35년의 시간이 느껴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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