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비한 아파트들이 무엇보다 놀랍다. 불과 40여년 전만 해도 부천, 소사는 복숭아밭 시골이 아니었던가? 쭉 뻗어나간 8차선 10차선 시원시원한 대도로들도 대단하고, 도로의 가로 세로로 뻗어있는 아파트 군들! 반달마을, 푸른마을, 하얀마을, 행복한 마을, 꿈동산 마을, 백송마을, 한아름, 사랑, 포도... 각기 자기 이름을 알리며 덩어리덩어리로 모여있는데 그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로 난 길들, 그 사잇길들!!!! 이야 말로 부천이 어떤 도시인가 말해줘야 할 첫 번째 키워드이다. 계절의 정경을 계절마다 계절답게 누리게 해주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길은 어느 도시에도 없으리!

하늘하늘 벚꽃 잎이 날리는 봄 길, 갖가지 색 우산의 여름날 아침 등굣길, 서걱서걱 낙엽 밟고 지나가는 가을 오후의 산책로, 펑펑 조용조용 눈 내리는 12월 밤 길, 털모자에 털장갑, 털 구두 그리고 긴 패딩!의 젊은이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  

그 사잇길은 한편 시정이 넘치는 길이기도 하다. 나무나 돌에 새겨놓은 시들- 『청노루』, 『귀천』이 있는가 하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도 있고 시조 『비』도 있어서 지나가다 말고 잠시 내가 아직도 암송할 수 있나 속으로 내기를 하게 하는 길!

유명한 만화 캐릭터들의 조형물이 있는 사잇길도 있는데 비록 내게 그 주인공들이 낯설긴 하지만 그 생각과 정성이 놀라워 반드시 눈길을 주며 걷다가 아! 그래 여긴 국제만화축제의 도시, 국제애니메이션의 도시라는 걸 기억해 낸다.

사잇길 들을 지나고 공원을 지나 우체국에도 가고 대학병원에도 가고 호수 공원에도 가지만... 그래도 1년밖에 안된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