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순 주무관이 일하는 모습

장미순 주무관이 일터로 돌아왔다. 지난 2월 3일 폭설 대응을 위해 염화칼슘을 옮기다가 1톤이 넘는 염화칼슘 더미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후 약 8개월 만이다.  장 주무관은 10월 28일자로 사고 전에 일하던 오정구 원종2동주민센터에 복귀해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당시 전신의 골절과 내부 장기 손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장 주무관이 내년은 되어야 복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몸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사고 전처럼 완치가 된 것은 아니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 보다 약 4cm 짧아졌고, 오른팔 안에도 철심이 박혀 있고 감각도 정상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몇 달 더 쉰다고 해서 몸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 의사의 조언을 구해 복직을 하게 되었다

▲ 원종2동 이자원 동장과 장미순 주무관이 사고 당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의 이야기를 물었다. 장 주무관은 지역주민에게 나누어줄 염화칼슘을 더 챙기려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원종2동에 제설에 필요한 염화칼슘을 창고에 꺼내러 가던 중 눈이 너무 많이 와 주민들에게 나누어줄 염화칼슘을 추가로 준비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실을까 해서 염화칼슘 창고에 앞장서 들어갔다. 앞서 가다 다른 사람이 ‘포대가 무너진다’는 경고의 소리를 못들었다. 내가 염화칼슘 더미에 손을 대는 순간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염화칼슘들이 허리와 골반위로 쏟아져 내리는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아니라는 걸 느끼며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8일 뒤에 깨어난 장 주무관은 죽을 고비도 몇 번을 넘겼다. “처음 깨어났을 때는 눈은 떴지만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못했다. 온 몸의 골절을 바로잡기 위한 수술도 호흡곤란으로 청색증이 오는 등 몸이 좋지 바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술을 2월 21일에 잡았지만 갑작스런 세균감염으로 위독해지며 수술을 연기했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28일에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온 몸의 관절이 모두 골절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달 정도 지나 수술을 했을 때 척추는 그 동안 어긋난 뼈들이 그대로 붙어버려 손댈 수 없었다. 다행히 다른 곳은 수술이 잘 끝났다. 이어진 재활치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격려와 응원 속에 굳었던 몸도 풀리고 일어나 걷게 되었다.

장 주무관은 이자원 동장을 비롯한 원종2동 직원들과 부천시의 모든 직원, 도움을 주신 시민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자원 동장은 본인이 못오면 직원을 보내서라도 거의 매일 병원에 와 소식을 물었다. 그리고 얼굴도 잘 모르는 많은 직원들이 도와주고 응원해준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며 “아울러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셨다. 평생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으로 살려고 한다”고 했다.

장 주무관의 새로운 업무는 ‘장애인 복지’이다. “사고 전엔 장애인에 별 관심 없었다. 그러나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며 공무원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장미순 주무관

이자원 동장은 장 주무관이 조금 더 자신을 돌아보고 즐겁게 여유있게 살길 바란다고 했다. “장 주무관은 책임감이 너무나 강하다. 그날 사고도 주민들에게 염화칼슘을 더 나누어 주려고 애쓰다 사고가 났다”며 “가만두어도 열심히 할 사람이니 쉬엄쉬엄 즐겁게 함께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난 롱스커트에 단화를 신는 것을 좋아한다. 사고가 난 이후 왼쪽 다리가 짧아져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몇 가지 작은 것을 잃었지만 생명이라는 가장 큰 것이 새롭게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