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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자리를 사랑으로 채우다
부천시청  |  peachisland@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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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8  1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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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업무를 하다보면 일 년에 한 두 번은 마주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일명 ‘쓰레기집’이라고 불리는 사례로, 각 동네마다 한두 명씩은 있으며 요즘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도 종종 접하게 되는 사례입니다.

문뜩 ‘왜 저러고 살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모두 게으르고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나름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히 살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오히려 그런 결과를 초래한걸 보게 됩니다.


계속되는 민원, 그리고 사례관리의 시작

작년에도 그렇게 집안과 주변에 파지와 고물들이 쌓여있어 악취와 위생문제로 이웃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 집이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강제퇴거를 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고물희(가명)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모두의 눈에는 쓰레기라고 보이는 많은 물건들이 그녀에게는 나중에 돈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고물이었습니다.

수집한 재활용품과 고물은 분류하여 고물상에 바로 처분해야하지만, 고물희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물건들을 바로 정리하지 못하다보니 점점 집안은 물론 다가구 주택의 복도 및 마당까지 쌓이게 되어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저장강박증이 심해지면서 점점 물건들이 쌓여 집은 쓰레기집이 되어갔고, 고물희님이 가정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수집하기 시작해 무작위로 쌓아놓은 재활용품과 고물은 점점 쓰레기가 되어 악취와 위생문제로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생활하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고물희님의 행동이 싫어 수년전 큰 아들(한일/가명)은 집을 나가게 되었고, 남편도 집에서 사는 것 보다 정신과가 더 편하다며 스스로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결국 그 집에는 지적장애 경계에 있는 둘째아들(한이/가명)과 미성년자인 한삼(가명/셋째), 한사(가명/넷째)만이 고물희님과 함께 살게 되었고, 정작 가장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 부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 바로 신고를 하였습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가 아동학대로 고물희님과 미성년인 자녀들의 분리를 진행하였고, 그녀를 정신과 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면서 비로소 통합사례관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집과 지역사회의 온정

매입임대에 살고 있었던 고물희님 가족은 LH공사에서 정해준 기간 안에 주거 내·외부쓰레기를 치우지 않을 경우 강제 퇴거조치를 취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고, 통보받은 날까지는 고작 1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로 고물희님이 정신과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둘째아들(한이)이 이 모든 상황을 혼자서 결정하고 처리해야 했습니다.

누가 봐도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었습니다. 집 안팎으로 쌓여있는 쓰레기를 모두 치워야 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부모님과 동생들이 다시 함께 살 수 있다고 둘째아들을 설득하여 주거환경 개선에 동의를 얻었습니다.

몇 톤에 달했던 쓰레기를 지역자활센터 및 복지관, 자원봉사센터, 각종 단체원들의 도움을 받아 몇 번에 걸쳐 대대적으로 청소를 하였고, LH공사의 도움으로 도배, 장판 및 싱크대까지 교체를 하고나니 꽤 넓고 깨끗한 집으로 다시 단장이 되었습니다.

버리고 나니 새롭게 채워졌고, 쓰레기를 모두 치운 자리는 지역사회의 온정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나도 엄마다

쓰레기집에 미성년인 자녀들을 방치하여 아동학대로 신고된 고물희님은 우울, 분노장애 진단을 받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고, 병원치료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은 그 사이 모두 청소가 되어 한결 넓고 깨끗해졌지만 미성년인 아이들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미 시설에 입소되어 깨끗해진 집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진작에 쓰레기를 모두 정리하여 아이들이 뛰어놀고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집이었다면 자녀들과 강제로 분리되는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은 생기지 않았겠지만,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았던 재활용품과 고물은 쌓이고 쌓여 쓰레기집을 만들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녀들을 학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잘해주진 못했지만 나도 엄마야.”
고물희님이 쓰레기집을 만들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모성은 있었습니다. 유독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많았던 고물희님은 어린 자녀들이 시설에 입소하여 없어진 집을 보고는, 아주 서럽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여러 기관들의 결정과 법적인 조치에 대해 원망 섞인 목소리로 크게 울부짖는 모습에 많이 놀랐지만, 그 짠한 모성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고물희님에게 현재 상황을 이해시키고, 본인이 더 노력하여 지속적으로 주거환경을 깨끗이 유지해야 다시 아이들과 살 수 있음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설득하였습니다.


먼저 버려야 채울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힘들어하던 고물희님은 아이들과 같이 다시 살기 위해서는 깨끗한 주거환경이 지속되도록 본인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점차 인정하게 되었고, 정해진 치료일정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모니터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하루 빨리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떨어져 있는 지금이 가족들에게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이 과정이 훗날 더 큰 사랑과 가족의 화합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고물희님의 집이 쓰레기를 버린 후 이웃사랑으로 채운 것처럼, 얻으려면 먼저 버려야하는 합니다. 사랑을 얻으려면 자존심을 버려야하고 세상을 얻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하듯, 먼저 비우고 버리게 되면 채워지고 얻게 되는 것입니다.

따스한 햇살이 깃들어 떡잎을 떨어트리고 새싹이 돋는 것처럼, 지역사회가 이기주의와 욕심을 버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싹틔울 수 있도록 사례관리는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원미1동 복지과 강혜경 통합사례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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