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루들녘에 정면 모습

절기에 맞추어 그 시기에 나는 식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시절음식(時節飮食)’이라 부른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건강 유지를 위한 먹거리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식재료 중에서도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꽃, 잎, 뿌리, 열매, 씨앗 등을 이용하여 밥상을 차린다면 그 밥상이야말로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연의 밥상일 것이며 거기에는 산야초의 풍부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 가득할 것임이 분명하다. 인스턴트 음식과 시간에 쫓겨 허기를 채우는 일상이더라도 하루쯤은 인공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밥상이 그립다면, 산야초 시절음식으로 유명한 ‘산마루들녘에’를 찾아가 보자.

▲ 단호박을 베이스로 한 뿌리범벅	▲ 코스요리 중 식사상차림
▲ 닭다리살을 곁들인 시절무침

한정식 코스요리로 나오는 호박죽, 산야초에 토마토, 꽃잎, 마, 오디까지 얹은 꽃잎쌈, 계란지단, 우엉, 마, 산야초장아찌 등을 올려서 싸 먹는 근채쌈, 닭다리 살을 곁들인 시절무침, 양념을 최소화한 더덕무침, 단호박을 베이스로 한 뿌리범벅,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삼색전, 낯선 이름의 우엉 잡채, 3년 이상 숙성시킨 장김치와 돼지고기 편육, 홍어가 나오는 삼합 등 눈과 입이 즐거움은 물론 몸으로 자연의 기운이 흠뻑 흡입되는 듯하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야생초에 이런 맛과 멋이 있었던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석쇠구이 하나도 10시간 이상 정성껏 달여서 만든 양념으로 맛을 내며, 후식으로 나오는 백여 가지 산야초로 담근 백초식초와 봄에만 나오는 송홧가루를 꿀에 버무려 곱게 만든 송화다식 등 모든 식재료 하나하나에 쏟은 주인장의 정성이 대단하다. 또한,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들 또한 하나의 도자기 작품들이다.

이런 산야초로 시절음식을 만드는 데는 일주일에 두 번 오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산야초를 채집하러 다니는 사장 ‘정성란’씨의 정성과 13년 시절음식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인공의 맛에 길들여진 미각이라면 산야초로 만든 효소와 식초로 맛을 낸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다소 밍밍하다 느낄 수 있지만 입안에 머무를수록 자연의 향과 맛이 그대로 품어져 나오는 진품(眞品)의 맛들이다.

▲ 주인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유니크한 실내장식

앞마당에 늘어선 항아리들에 가득한 산야초들에서 이 집의 맛과 정성이 나오고 주인장의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으로 가득 찬 실내 인테리어가 다른 식당에서 찾지 못하는 유니크함을 더해준다. 분위기만으로 평안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산과 들의 자연을 내 밥상으로 옮겨와 그 자연을 음미하며 한 끼 식사를 하노라면 의식동원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 날 듯하다. 내 몸을 생각하는 한 끼를 누리고 싶다면 오늘 하루 ‘산마루 들녘에’로 걸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