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 1층 토닥토닥 다락방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수선하지만 이래서 살 맛이 나는 것 같다. 단순한 간식 나눔이지만 그냥 간식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새 힘을 나누는 듯하다. 이는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 ‘토닥토닥 다락방’ 나눔 이야기이다.

이 복지관에서는 지난 6월 복지관 내 독서실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누군가가 한 사물함 사용자의 비번을 알아내 독서실 사물함 내의 간식을 가져간 것이다. 이에 사용자는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메모를 남겨놓자 이 메모에 대한 답장이 왔는데 "제가 거지라서 훔쳐 먹었어요...부모님이 바쁘셔서 제가 동생을 돌보는데...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관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공간이 ‘토닥토닥 다락방’이다.

▲ 안양 귀인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보내준 간식모음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 1층의 왼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은 실제적으로 다락방은 아니다 하지만 다락방이라는 단어가 왠지 비밀스러움을 가지고 있기에 누구든 삶이 힘든 이들이 비밀스럽게 들려 작은 간식에 불과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삶을 토닥이는 기운을 받아가길 바라는 곳이다. 이런 공간이 마련된 사연과 소식이 SNS에 알려지면서 복지관은 전국에서 남녀노소 많은 분들의 참여와 격려의 문의가 빗발쳤다.

▲ 토닥토닥 다락방에 보내온 응원의 글

이중에는 안양의 귀인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학내행사에 입상한 상금으로 몽땅 과자를 사서 한 봉지마다 아이들의 응원메세지를 붙여 직접 전달하기도 했고, 일산에 있는 군부대에서는 군인들의 일주일 간식비를 모아 과자상자를 보내주기도 했다. 한 방송사와 포털사이트에서는 다락방이 더 따뜻해지라고 펀딩을 통해 후원까지 보내주었다. 일회성에 그친 분도 계시고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이 토닥토닥 다락방은 하루에 두 번 정도 채워지고 있다. 누구나 얻어먹는다는 기분이 아닌 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지친 내 삶의 응원을 받는다는 기분으로 필요한 만큼의 간식을 가져가면 된다.

토닥토닥 다락방은 6개월 정도 진행되었고 올해 12월을 31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좀 더 나은 운영방법과 형태를 고민하기 위한 복지관 측의 결정이다. 이 다락방을 담당했던 김준호 간사는 "오히려 배운 것이 더 많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너무 많아 이 일을 하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다"라고 마지막 소감을 전한다.

살만한 세상은 한 개인의 힘으로 만들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맞들면 살 만한 세상으로 가는 작은 디딤돌 하나는 만들지 않을까 싶다. 토닥토닥 다락방으로 참 따듯했던 6개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