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면 동네에 어둠이 깔린다. 주민센터는 업무성격상 그 시간이면 늦은 시간이다. 그래도 불빛이 보이는 주민센터가 더러 있다. 바로 주민자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체계상 시청에 주민자치팀이 있고 주민센터 업무분장상 주민자치 육성 및 행정지원이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주민자치를 공무원이 수행하고 있다. 마을에 터를 잡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참 봉사’에 맞춰 주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주민자치를 수행한다면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주민자치 담당공무원은 행정지원만 하면 되지만 대도시 특성상 육성까지 수행해야 한다. 자치능력을 향상시켜서 문서작성을 비롯하여 안건마련 등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수행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담당사무다.

특산품과 관광지가 있는 지역에는 주민자치가 대체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대도시에는 특산품과 관광지가 없다면 활력 넘치는 주민자치는 보기가 귀하다. 더구나 도시기반시설도 다 완비된 탓에 더욱 그렇다. 처음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올 때는 열심히 주민을 위하여 참 봉사를 하겠다고 하고는 “우리가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해서 구색을 맞춰줬으니 그러면 된 것 아니냐”또는 “문서는 공무원이 만들고 결재는 자치위원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듣는 경우도 있다. 자치능력이 뛰어난 지역을 벤치마킹해서 다녀와도 변함이 없다. 심지어 전국주민자치박람회 본선에 진출하여 장려상이나 우수상을 받았다 해도 100% 주민자치 하는 곳을 보기가 힘들다. 문서작성에 탁월한 공무원이 개입하여 근무기간에 전공인 문서작성 실력만 발휘하여 슬쩍 박람회 본선에 진출한 것을 실적이나 성과로 여긴다. 관치에서 자치로의 긴 여정에 기여함이 없이 열매인 성과만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잠시 축하하곤 그만이다. 언제 관치에서 자치로 변해야 하는지는 서로 묻지도 않는다. 아예 관심사항도 아니다.

그런 관치의 틀 속에서 작은 몸부림이 일어나고 있다. 관치에서 자치로의 변신은 공무원이 먼저 자치능력을 익혀서 자치위원에게 전수해주자며 나서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동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이광주 역곡2동 행정팀장

이광주 역곡2동 행정팀장은 내년도 주민자치센터 운영계획을 검토하면서 보완할 사항을 수시로 체크한다.

▲ 변혁무 고강본동 행정팀장

매년 열리는 고리울 축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변혁무 고강본동 행정팀장은 자치위원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느라 바쁘다.

▲ 임나헌 상1동 주무관

임나헌 상1동 주무관은 프로그램 활성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으며, 부천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행사에도 자주 찾아가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는다. “단순히 취미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는 것이 목표다.

▲ 김형곤 상2동 주무관

상2동 김형곤 주무관은 전임자가 다져놓은 주민자치위원회이기에 더욱 잘하고 싶어 기본이 바로선 위원회에서 성과 있는 위원회를 만드느라 밤을 밝힌다.

원미2동 행정팀장은 올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여러 동에서 근무했으나 주민자치 업무를 계속 수행한 탓에 내공을 길러 노하우가 담긴 책인“대한민국 주민자치 실전서”를 출판하여 강의도 다닌다. 보통 공무원이 강의를 한다면 고위직 공무원일 거라는 생각을 깬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주민센터 공무원이다. 출판한 책 덕에 가끔 외부강의도 다녀 주민센터 공무원의 사기도 올렸다. 충남시 주민자치 공모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더니 경기도 안양시와 서울시 관악구에도 출강했다. 부천시여청청소년재단에도 출강하여 말로만 하는 자치가 아니라 실천하는 주민자치를 전파하고 있다.

▲ 원미2동 주민자치 롤모델 마을 선정심사

이들 외에도 김호경 심곡1동 행정팀장은 요즘 마을신문 매력에 빠져 있으며, 내년에는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신문을 만들 예정이며, 송인남 상동 행정팀장은 신도시와 구도시 사이에 있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엮기로 했다. 서미란 중2동 행정팀장은 강의실에서만의 프로그램을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주야를 가리지 않는다. 고재경 중3동 행정팀장은 새해에는 이웃돕기와 함께 새터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행정팀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오늘보다는 더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새벽은 그냥 오는 게 아니었다.

[ 원미2동 032-625-51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