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변영로의 시 <논개>가 교과서에 50년간 수록되어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지난 늦여름 어느 고서점에서 발견한 빛바랜 변영로의 호적 한 통, 그 속엔 세월의 흔적과 함께 그의 삶의 일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참으로 반가웠다. 민족시인 수주(樹州) 변영로의 고향이 부천이라는 사실은 큰 자랑거리이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수주 변영로는 1898년 5월 9일 아버지 변정상, 어머니 강재경과의 사이에서 경기도 경성부 가회동 88번지에서 3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계동보통학교와 중앙학교, 그리고 중앙기독교 청년회학교를 마친 후, 3.1운동이 일어나자 서울 종로 YMCA 구석진 방에서 독립 선언서를 영어로 번역하여 세계만방에 알렸다.
1920년 문학동인 <폐허>를 중심으로 문학 활동과 함께 1924년 시집 <조선의 마음>을 남긴 시인이며 <명정 40년>을 남긴 수필가이다. 두주불사(斗酒不辭 ;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술을 매우 잘 마심을 이르는 말) 호탕한 기풍으로 대낮에 벌거벗고 소를 타고 거리를 헤맨 풍류객이기도 하다. 그리면서도 대쪽과 같은 절개와 지조를 지녔던 인물이라고 후세 사람들은 평가하고 있다. 

▲ 부천 중앙공원에 세워진 <논개> 시비 모습

▲ 수주 변영로 선생

 구한말 높은 지위에 있었던 수주의 아버지는 1915년 1월 27일 경기도 부천군 오정면 고강리 313번지 5통10호, 지금의 부천시 고강동 313번지로 낙향하여 터를 잡았다. 여기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항간에 사람들은 수주 변영로가 부평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호적을 바로 보면 수주가 부평사람이 아니고 부천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그의 호적 어디에도 ‘부평’이란 글자는 없다. 수주 일가는 1914년 처음 행정구역 ‘부천’이 생긴 다음해에 낙향을 했기 때문이다.

 수주 변영로는 서울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부천에서 성장을 했고, 1912년 15살의 나이로 평창 이씨 홍순과 결혼도 하였다. 안타깝게도 1934년 사별을 하고 1935년 개성부 고려동에 사는 이화여전 제자 양창희와 재혼을 했다. 그리고 1956년 6월 10일 호주(戶主)인 큰형 변영만으로 부터 분가하여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교동 51번지로 이사를 하였다.

 변영로의 수필에 의하면 ‘영복’은 어릴 때 이름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의 본명은 호적에 영복(榮福)으로 등재되어 있고, 1957년 9월 15일 서울지방법원의 허가재판에 의하여 영로(榮魯)로 개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호 ‘수주’만 하더라도 그렇다. 원래는 큰 형 변영만의 호였는데 동생인 변영로가 쓰겠다고 하여 물려준 것이라 한다. ‘수주’란 부천의 고려시대 이름이다. 선생 스스로 고향이 부천임을 강조하고 싶어 ‘수주’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