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월동준비로 분주해지는 때다. 나무들을 위한 겨울준비 중 하나가 나무 옷 입히기다. 볏짚 등을 이용해 밑동 부분을 싸맨 풍경을 흔히 봐 왔다면 올해는 좀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상1동 복사골문화센터와 송내대로 일원 가로수 2백여 그루에는 알록달록 갖가지 모양의 겨울옷을 입은 나무들이 겨울채비를 마쳤다. '바늘이 천을 콕 찌를 때' 공방 김선희 대표가 우리 동네 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무겨울옷 입히기를 새롭게 시도한 것이다. 재생섬유를 활용해 장갑과 목도리 모양을 만들고 헌 티셔츠에 바늘땀으로 수놓거나 털실 뜨기를 이용해 덧대기 작업 등을 거쳐 나무 옷을 만들어 입힌 것이다.

▲ 나무옷 만들기하는 소명여중 학생들

이번 작업에는 특히 소명여중 학생들의 활약이 컸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들이 수세미 뜨기로 재능기부를 하고 목도리와 워머 뜨기를 해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에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도록 돕고 있다. 이번 ‘바늘 한 땀 사랑 한 코’ 행사에도 학생들 다수가 참여했다.

조윤지 양(3년)은 "버려지는 헌 옷으로 재활용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내가 손수 만든 것이 나무들의 겨울옷이라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임주영 양은 "만드는 것을 좋아해 자르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우리들의 작은 정성으로 나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희 대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니 나무에 옷 입히는 위치는 보통 땅에서부터 120-150센티가 적당하다고 한다. 장갑도 함께 둘러줌으로써 따뜻함과 더불어 끌어안는 이미지까지 더해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퀼트쟁이라고 부르는 그는 재능기부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판타지아어린이극장(복사골문화센터 내)에 올 1월부터 12월까지 '공연 속 퀼트인형'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 중이다. 개구리 왕자, 인어공주, 양치기 소년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을 직접 만들어 상시 전시함으로써 인형극을 보러온 부모와 아이들은 동화 속 캐릭터 인형들을 보면서 연극의 여운을 오래 느끼게 된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섬유를 이용해 인형이나 필통 만들기 등의 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내년 겨울에는 관내 26개 공원에 식재된 모든 나무들에게도 겨울옷을 입힐 계획이다. 각 공원과 인접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다면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늘이천을콕찌를때 010-6290-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