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오규원, 한 잎의 여자 중>
목소리를 통해 한 여자가 걸어 나온다. 물푸레나무 같은 한 잎의 맑음과 한 잎의 영혼이 낭송가의 소리 고조와 숨결의 떨림에 따라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시는 낭송가의 목소리가 지휘하는 음악이다. 그 지휘에 따라 시의 맛이 달라진다. 아름다울 수도, 슬플 수도, 밋밋할 수도 씩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를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

▲ 시소리 낭송 발표회

'부천 시 소리 낭송회'
2012년 시를 사랑하고 낭송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립했다. 그저 좋아하는 시를 자기 나름대로 감정을 넣어 낭송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눈물을 흘렸다. 낭송을 들은 사람들이 자신도 해보고 싶다며 들어와 처음 서너 명으로 시작한 낭송회가 10여 명의 회원으로 늘었다. 매달 첫째 셋째 금요일 날 연습을 했다. 섭외도 들어왔다. 베르네천 야외 시낭송회, 복사골예술제 시낭송회, 시 승격 40주년 기념 시낭송회에도 참여했다.

▲ 제5회 평생학습박람회 시낭송

올해 2월부터는 부천시 평생학습센터에 고정으로 연습할 수 있는 연습실도 빌리고 평생학습 보조금도 받았다. 그 덕분에 마음 놓고 시를 지휘할 수 있게 되었고 광운 아트홀과 부천시민학습원에서 조촐하게 시낭송 발표회도 가졌다. 부천 마루광장에서 펼쳐진 제12회 '부천시 평생학습축제, 평생학습 마을을 잇다'에 참가해 라온제나 기타 동아리와 함께 시낭송의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 라온제나 음악동아리와 함께

부천 시소리 낭송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상희(50) 시인은 "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부천지역의 시낭송 보급과 재능기부로 지역주민의 문화예술활동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시 낭송으로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이순정(51) 시인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소심해져 입도 뻥긋 못했었는데 시에 심취되어 낭송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무대공포증을 사라졌다."며 신기해했다.
또한 시낭송으로 마음의 때를 벗기고 있다는 유부식(49) 시인은 "시를 쓰면서 걸러진 앙금 같은 것들이 가슴 밑바닥에 남아 힘들었는데 좋은 시를 낭송하기 위해 외우고 외우다 보니 찌꺼기는 말끔히 치워지고 맑은 영혼만 남는 것 같다."며 시낭송의 힐링법을 알려줬다

▲ 평생학습축제공연

시를 사랑하고 낭송으로 좋은 시를 널리 보급하기를 희망하는 '부천 시 소리 낭송회',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의 이기철 시인의 시처럼 '떨어져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 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낭송회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시 소리 낭송회 010-7474-8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