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만화작가 동아리 '누나쓰'

“몸이 아프다가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 싹~ 가신다니까, 진짜 희한 해.(이춘자, 75세, 고강동) “그간 내 삶에서 만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 근래 손녀를 돌보고 있는데 아이가 만화 그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리고 싶어 시작했지(서영희, 69세, 소사동). 시니어만화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지만 지금 만화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 하나 만은 공통점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협력하여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카툰캠퍼스(대표 조희윤) '시니어 만화교실'은 기초과정 10주에 이어 심화과정 10주를 모두 마치고 지난 7월 1일 수료식을 가졌다. 그동안의 수업을 발판으로 자신의 삶 궤적을 만화로 엮는 작업을 마무리해 8월 초 만화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영자의 전성시대' 중 한 장면

젊었을 적 못 배운 한을 인생 후반기에라도 풀어내고자 만화공부를 시작한 노영자 어르신의 <영자의 전성시대> 파킨슨병을 이겨낸 감동적인 투병기 서영희 어르신의 <영화 같은 내 인생> 가슴 뭉클, 눈물 왈칵! 반전 첫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김경자 어르신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맨티스트 내 남편 이야기 김옥순 어르신의 <감동의 생일 선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꼴통 내 남편 이야기 양정란 어르신의 <그래도 내 남자>

▲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

6.25때 피란 생활을 손녀에게 대화하듯 풀어 낸 이춘자 어르신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전쟁이야기> 등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을 만화로 영롱하게 빚어냈다.  

첫 수업에서 끌레 군, 끌레 양 그리기로 시작해 이제는 단편만화까지 그릴 만큼 능숙해졌다. 여섯 명의 어르신 모두 배움과 삶에 대한 열정이 뜨겁지만 특히 노영자(75세, 작동) 어르신이 눈에 띈다. 64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0세에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 75세인 올해는 자동차 면허증을 취득하고 시니어만화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만화는 정신적 건강을 유지해 줄 뿐만 아니라 삶의 원기소(元氣素)이다. 또 세대 간의 소통으로 만화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카툰캠퍼스 조 대표는 특별히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업을 시작한 이유를 "만화를 청소년, 어린이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 동안 남편, 자식 뒷바라지하며 가정을 꾸리느라 애쓴 부모님들이 이제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즐기며 나만의 색깔로 풀어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20차시 수업을 맡은 이대호(필명 고구마) 작가는 "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서 설명해도 힘들지 않았던 것은 내 부모님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빠짐없이 과제를 해오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한다.

시니어만화작가들은 '우리 동네 학습 공간'으로 지정된 카툰캠퍼스에서 매주 금요일 마다 후속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지역아동센터나 축제현장 등을 직접 찾아가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관내 거점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인생후반기를 멋지게 살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카툰캠퍼스 345-5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