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릴라 : 자기 가족에게는 매우 따뜻한 모습을 보이고, 가족이 위험에 빠지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특징

# 5남매 엄마, 고릴라씨의 하루

고릴라씨에게는 밤톨 같은 5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새벽 6시 알람이 울리고, 무거운 몸을 이끈 채 아이들을 깨워 유치원과 학교를 보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지인 미용실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단장해줍니다. 파트타임이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습니다. 고릴라씨에게 아이들은 우주 같은 존재이지만 한 편으로는 짐이기도 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고, 뉴스에 나올법한 동반 자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 질긴 악연

고릴라씨의 남편은 불법 행위를 하며 가정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아동수당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고릴라씨의 수입으로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월세, 공과금, 보험료가 수시로 체납되었습니다. 빌렸던 돈으로 인해 집 앞에 우편물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채무 독촉을 받았습니다. 일, 육아, 위기를 혼자서 감당해내기에 공포였고, 자살에 대해 계획을 하기도 했습니다.

질긴 악연을 끊고 싶었고, 고릴라씨의 남편은 합의 이혼에 동의했습니다. 이혼 숙려 기간 동안 원만히 이혼이 성사되도록 남편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질긴 악연은 결국 정리되었습니다.

# 행복나눔편지

고릴라씨는 아이들을 위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 우편함 가득 쌓인 독촉장 사이에 하얀 봉투가 있었고,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세요!’라는 낯선 편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조된 우편물인 줄 알았지만 반신반의로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습니다.

복지과 담당자를 만났고, 상담 후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아 월세, 밀린 원비와 공과금을 해결했습니다.

3개월 뒤에 모자가정 대상이 되어 국가 혜택을 받았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다자녀 아이들을 키우기에 적은 돈이었지만 자립을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 빚에서 빛으로

고릴라씨는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빌려 썼던 돈에 대한 채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복지과 담당자를 통해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받았고, 개인워크아웃제도에 참석함으로써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채무 상환을 하도록 계획을 짤 수 있어 빚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 내 마음에 봄이 오다 ‘마음봄’

힘들 땐 아이들이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매일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우울, 불안, 숨 멎는 느낌은 고릴라씨가 매일같이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담당자 권유로 정신과 병원 문을 두들겼습니다. 정신과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이 나왔고, 아이들 역시 주의집중력결핍장애와 발달 지연이 있어 치료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고릴라씨는 그동안 본인의 감정을 회피했으나 이번 기회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고릴라씨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할 수 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가끔은 기분 변화로 인해 휴대폰을 끄고, 잠적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긍정의 변화였습니다.

# 빵빵한 책가방

자녀 2명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생활고로 인해 제대로 된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조차 사주기 어려웠습니다. 세상을 향한 첫 발디딤인데, 또래 아이들이 메는 책가방 정도는 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복지 담당자가 책가방 지원을 도와주었고, 빵빵한 새 가방을 메고 아이들은 씩씩하게 등교했습니다. 세상을 향한 너희들의 첫걸음, 응원해!

# 고릴라씨의 꿈, 헤어디자이너

고릴라씨는 자립을 위해 미용 기술을 취득하고자 학교를 다녔습니다. 미용 기술을 전문적으로 취득해야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옳은 선택이라 믿고, 1주일에 3번씩 부지런히 출석했습니다. 스스로 성취감도 들고, 육아, 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계단 밟고 올라가 목표와 꿈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울감, 불안감은 고릴라씨를 쫓아옵니다. 어김없이 아이들은 떼쓰고, 싸우고, 학교에서 전화가 오고, 고릴라씨를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고릴라씨는 가족을 위해 더 단단해지며 가족이 위험에 빠졌을 때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 담당자로서

고릴라씨는 첫 인터뷰 때 상담이 불가할 정도로 눈물을 계속 흘렸습니다. 고릴라씨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들었을 때‘나였어도 포기하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스칠 정도로 심각해 보였습니다.

희한하게 고릴라씨는 포기하지 않고, 가이드를 제공하는 데로 실행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최고의 강점이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보다 속도가 났고, 그만큼 위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데,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아직 괄목할만한 변화는 아니지만 고릴라씨의 긍정적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오정동행정복지센터 복지과 조유리 통합사례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