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정 심사위원,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수상작 『파친코』는 혈연으로 얽힌 가족의 질긴 인연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끌림, 우정, 유대, 존중에 기반한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디아스포라 문학입니다.”

1.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조선정입니다.

2. 수상작 『파친코』는?

4세대에 걸쳐 이주하며 확장되는 삶의 생명력이라는 주제를 고전적인 구성과 필치로 담아냅니다. 선 굵은 이야기가 유장하게 흐르면서도, 세심한 감정과 욕망의 표현이 살아있습니다. 혈연으로 얽힌 가족의 질긴 인연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끌림, 우정, 유대, 존중에 기반한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디아스포라문학입니다.

3. 수상작 『파친코』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장면이나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면?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선자와 어머니 양진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어머니는 노아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선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 불쌍한 아이 노아는 나쁜 씨를 물려받았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오랜 본심을 비로소 알게 된 선자는 고통스러워합니다. 일본에서 남한 국적자로 생존하고 씨, 핏줄, 이런 뿌리 깊은 편견에 맞서 버티면서 아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려 애썼는데, 그것이 잔인한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자책합니다. 노아는 지식인이고 문학청년인데요, 문맹에 가까운 선자가 노아의 고통을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는 장면이어서 굉장히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4. 수상작 『파친코』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무엇일까요?

저는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죽음을 떠올렸어요. 여인들은 아기를 유산하거나 낙태합니다. 젊어서 요절하는 인물도 있고요, 지독한 병마에 시달리는 인물도 있어요. 식민지배, 전쟁, 이주로 점철된 삶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죽음은 그저 누군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죽은 이들은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있어요. 이루어지지 못한 것, 내 것이 되지 못한 것들도 흔적으로 남아서 삶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민진 작가가 삶과 죽음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오늘을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세요.

12세기 수도사가 남긴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린 영혼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강한 영혼은 어디에 가든 고향을 만들고, 완벽한 영혼은 이 세계를 낯선 곳으로 여긴다. 우리는 누구나 집, 고향, 조국에 대하여 어린 영혼이고 강한 영혼이고 또 완벽한 영혼일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태도만으로 살 수 없고, 그런 변화와 수용이 인간다움이에요. 소설 『파친코』의 인물들처럼요.

◆ 조선정 심사위원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mSQjCmKTe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