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내마을 목요장터에서 문을 연 ‘무엇이든 놓고 가게’ 모습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미리내마을 목요장터에 수상한 가게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무엇이든 놓고 가게’ 가게 이름이기도 하지만 뭐든 내놓고 가라는 명령문 조의 글이기도 하다. 이 가게는 경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천문화재단 후원으로 넉 달 동안 프로젝트로 운영되었으며 10월 중순에 이 활동이 아카이브집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 ‘무엇이든 놓고 가게’에서 활동가들이 작업하는 모습

3명의 시각예술인이 우리 동네 안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예술을 사람과 연결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가구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지만 현대인의 단절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삶의 터전인 아파트를 프로젝트 장소로 골랐다고 한다. 6월 미리내 장터에서 첫 가게를 오픈했을 때 누가 오기는 올까 하는 기대 반 염려 반이었지만 여성분들과 초등학생들이 주 고객으로 들르면서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새로운 가치로 덧입혀져 교환되었다.

동네 마트 상호가 찍힌 비닐봉지가 팔찌나 열쇠고리로, 나의 사소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헌 옷이 작품으로, 아니면 내 물건이 예술가들이 미리 만들어 둔 드림캐쳐와 머리 장신구, 가방 등 마음에 드는 일상용품과 교환, 직접 제작도 가능한 정말 ‘무엇이든 놓고 가게’가 맞았다.

이 특별한 ‘무엇이든 놓고 가게’는 일상에서 흔하게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의 정보를 모아 작품으로 만드는 ‘사소한 당신의 TMI’, 한 사람의 시간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헌옷’ 들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지는 ‘TMI 재봉소’, 예술가들이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TMI 해우소’ 3개로 나누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게를 열었다.

▲ ‘무엇이든 놓고 가게’에서 비닐봉지가 재탄생한 모습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진행했어요. 보이지는 않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던 많은 노동과 노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들어가 같이 했던 작가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곳에서의 저희의 활동이 삶에서 잊혀지기 쉬운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주지 않았나 싶어요.”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이소희 작가의 소감이다.  

부천 시민 누구나 동네에서 예술을 무료로 만날 수 있는 ‘2019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해 10월 30일 카툰 캠퍼스의 ‘수주로 가는 시간(視間) 여행자’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 사업에는 부천시의 지역 예술단체와 예술가들 12개 팀이 사람과 사람을, 예술과 동네를 이어주기 위해 각자의 동네에서 분주했다.

▲ ‘무엇이든 놓고 가게’활동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집

아파트 장터에서 무엇이든 놓고 가게를 운영한 것 외에도 아이에게 놀이터 친구를 소개하기도, 소사동의 동네 어르신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만들기도, 부천시 향토문화재 '석천농기고두마리'가 젊은 소리꾼과 연희꾼을 만나 창작소리극으로 재탄생하기도, 도당산의 설화 ‘아기장수바위’가 부천의 독립운동 역사와 만나 국악뮤지컬이 되기도 했다.

미(美)를 창조·표현하려고 하는 인간 활동인 ‘예술’. 어렵게만 느껴지던 예술이 올해 우리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같이 잘~놀았다!

부천문화재단 32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