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진달래, 벚꽃이 유명한 자연의 혜택을 선물 받고도 누릴 겨를도 없이 엉겁결에 맞이해버린 여름, 막바지에 이른 장미꽃 향기도 즐기고,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숲길과 자연생태 하천길 따라 거닐어볼까?

굴포천, 여월천 등 부천시 5대 하천을 연결하여 만든 수변길 초입인 베르네천은 여월지구 아파트 뒤편으로 물길이 나 있고, 물길 따라 하천 변에는 이른 시간 산책 나온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잉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보며 걷다 보니 ‘부천 100리 수변길’에 대한 안내도가 보인다. ‘부천 둘레길’ 에 대한 안내는 많았어도 ‘부천 100리 수변길’에 대해 개인적인 생소함을 갖고 여월체육공원 지나 옹기박물관으로 향한다.

옹기박물관 인근에는 최근 지하철 공사 현장이 있어 걷기에 불편하거나 박물관 정문 근처의 육교를 이용하여 차도를 건너야 하므로 다소 팍팍한 구간일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함은 여기까지.

▲ 부천옹기박물관 전경

정수장에서 다시 도시 농업 등으로 활용하던 예전 여월농업공원을 끼고 안쪽으로 들면 승마공원이 보이고 그 옆에 이름조차 반가운 보리밥집이 눈에 뜨인다. 20여 년을 운영하던 이곳 주인장이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면서 한때 카페로 바뀌었으나 옛 추억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으로 예전 주방을 맡아오던 분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텃밭을 따라 걷다 오른편 산길로 접어들면 1만 5천여㎡의 면적에 10만여 종의 장미가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해 낸다는 ‘백만송이장미원’. 절정을 이룬 장미향이 그윽하다. 매년 같은 시기에 피지만 풍광은 매년 다르다. 올해는 입구를 새롭게 단장해 예쁜 이름을 달았고, 종합운동장 사거리 산자락에 걸려있던 꽃시계가 이사와 장미동산에 자리 잡았다.

향토역사관 지나 도당수목원으로 접어드니 늪지 안쪽에서 개구리 소리인지 두꺼비 소리인지 도시 태생으로서는 도무지 구분이 어려운 왁자지껄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발자국 소리에 한순간 잦아든다. 대장동이 대장(大將)에서 유래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아기장수바위를 지나면 오르막길이다.

▲ 아기장수바위

오르막길 끝자락엔 해마다 벚꽃축제 하이라이트인 폭죽을 피워올리던 천문과학관에 이르고, 바람이 모여드는 둔덕에는 어린 시절 꽃반지 만들며 놀던 토끼풀이 지천이다.

철 지난 벚꽃길을 뒤로하고 춘의정으로 오르는 길, 들살이 나온 장애 아동들과 인근 부대에서 자원봉사 나온 아들 또래 군인들의 정겨운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만난 박양심씨는 “부천에는 낮고 걷기 편한 산이 있고 체험하기 좋은 자연학습장이 많아 아이들과 자주 나올 수 있어 좋다.”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살짝 드러낸다.

춘의정에 올라 부천시의 전경을 눈에 담고 도당산 남쪽으로 길을 잡아 종합운동장을 거쳐 원미산, 누리길의 마지막 코스다. 둘레길에서의 곤란함이란 죽 이어져야 할 길에서 만나는 아스팔트가 아닐지. 도당산에서 원미산으로 오르기 위해선 또 길을 건너야 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 춘의정에서 본 부천시 전경

진달래꽃이 진 원미산은 초록의 물결이다. 등산로가 워낙 잘 닦여 있는 덕에 어렵지 않게 걷는 길이지만 멀리 떠나지 못한 해맞이 인파로 인해 꼭 진달래 철이 아니더라도 해마다 연초면 몸살을 앓는 곳이다. 원미정 찍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안고 하산하는 길, 누렇게 물든 대장 들녘을 그려보며 올가을 자전거 하이킹에 도전해볼까? 상상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