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숙제 다 했는데 놀이터 가서 놀아도 돼요?", "엄마 저도요!!"
"그래 원영아, 기범이랑 기호도 데리고 나가. 차 조심하고… 여기 물통도 가지고 가야지… 조금 있다 엄마가 데리러 갈게~~"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가자 소란스럽던 집안이 조용해졌다.
“매일매일이 이렇게 전쟁터랍니다.” 하면서도 엄마 조혜경 씨(48)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 막내들

신혼 초부터 원미구 중동로에 둥지를 튼 임재식(48))씨 부부는 이 집에서 아홉 자녀를 낳았다. 30평 정도의 그리 넓지 않은 집에 4남 5녀, 9남매가 다 모이면 집안이 꽉 찬다. 올망졸망 5,60년대 가족사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6살짜리 막내 기범이부터 7,10,12,… 21살 맏이 원화까지, 15살 나이차에 누나라고 부르기엔 터울이 많지만 서로가 살가운 남매들이다.

▲ 가족사진

“아이를 많이 낳아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힘든 건 잊어버려 기억도 없다.”는 엄마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본 적은 없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 때문에 힘들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아홉 다둥이를 키우려니 직장 가질 여유가 없어 아빠 혼자 가족을 부양하다 보니 살림은 늘 빠듯하고 여유가 없다.
“아이들마다 다 개성이 다르고 재능과 장래 희망도 다양해요. 그것을 경제력 때문에 받쳐주지 못할 때 제일 마음이 아파요. 먹고사는 건 어떻게든 해결하겠는데 만만찮은 교육비가 문제네요.”라며 이제 고등학생이 두 명이 되는데 교육비 혜택이 전혀 없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다자녀의 가정에는 교육비 혜택의 예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엄마의 얼굴에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 가족사진 캐리커처

피아노에 재능을 보여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원희,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기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은 원영이…. 부모를 닮아 음악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과 가족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때론 엄마 쟁탈전도 벌어진다.
엄마를 제일 많이 도와주는 넷째 딸 원선이는 “엄마가 관심을 안 줄 땐 심통이 나다가도 같이 놀아 줄 때 제일 기분이 좋다.” 며 엄마 옆에 착 붙어서 생글거린다.

▲ 가족회의 모습

두 자녀도 힘들어서 한 자녀만 낳고, 그것도 키우기 힘들어 전전긍긍하는 요즈음 아홉 자녀를 낳고도 행복이 넘치는 다둥이네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