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기의 본관이 어디인지, 어느 조상의 몇대손인지, 시조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화도시 부천은 도서관과 박물관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도서관 외에도 개인이 사재를 털어 28년동안 발품을 팔아서 족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족보인생을 살아온 족보전문가가 부천에 있다. 부천족보전문도서관의 관장 김원준(66)씨가 바로 그다.

김 관장은 1988년 10월, 지금의 자리인 심곡2동(봉호빌딩 4층)에 50제곱미터의 부천족보전문도서관(족보 1,000권)을 개관하였다. 김 관장은 "소년시절 친구집에 놀러가 보면 족보를 찢어 벽지처럼 도배한 모습과 족보를 찢어 딱지치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고 무척 안타까워 했다"며 "누군가는 조상들의 고귀한 정신적 유산을 발굴 수집하여 보관 관리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후손에게 전달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족보전문도서관을 운영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다.

부천족보전문도서관은 현재 230제곱미터의 면적에 240여 성씨 3만5천여권의 족보와 관련자료 5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족보 4만6천여권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많은 보유량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족보는 임진왜란(1592년) 이전 것을 말하는데 부천족보전문도서관에는 조선 성종8년(1476년)에 만들어진 안동 권씨의 족보(영인본)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족보도 많다. 참고로 대전 뿌리공원 내에 위치한 한국족보박물관(2010년 4월 개관)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엄선한 족보류 1,875권과 기타(고서, 고문서, 목판 등) 5천5백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부천족보전문도서관에서는 족보의 수집 제작은 물론 족보연구, 세대별 가승갖기 운동, 족보강좌, 족보찾아주기, 조상 뿌리찾기의 중요성 강의 등 족보와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천시에서는 김 관장의 이러한 노력과 전문성을 인정하여 2014년 10월 부천탄생 100주년을 맞아 부천 100인에 선정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경기도로부터 가볼만한 이색적인 전문도서관의 하나로 추천되기도 하였다.

요즘에는 족보를 대부분 컬러 양장본으로 만드는 추세인데 김 관장은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동장본(한적본:지면에 구멍을 뚫어서 실로 꿰메는 제본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한다.

"족보는 한집안의 역사책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족보는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으며 집안의 보물로 간직했다. 족보는 피의 기록이며 혈연의 역사이므로 젊은이들이 자신을 바로 알고 족보를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으로 이어가기를 바란다"며 족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에게서 28년 동안 족보에 바친 열정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하긴 국민이 자기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하듯이 자손이 자신의 뿌리인 조상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족보박물관과 족보학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현재의 자리가 소장하고 있는 족보를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협소하고 최소 1,000제곱미터의 전시실이 필요한데 예산문제로 족보류를 체계적으로 전시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 도서관에는 수많은 족보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귀중한 족보들의 훼손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족보박물관이 있는 대전의 뿌리공원은 관할 구청에서 운영하는데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이처럼 특색있는 컨텐츠를 갖춘 문화사업은 21세기의 주목받는 블루오션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이제 문화가 밥먹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부천족보전문도서관 032-664-4707

복사골기자  이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