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까지 학교 문턱은 밟아봤지만 변변한 졸업장은 없습니다. 진짜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운이 안 따랐던 것 같아요.“ 정윤철((81세) 작가는 지독하게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학운(學運)이 없었던 것 같다. 전남 영암 태생인 그는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6.25전쟁이 나면서 졸업을 못했다.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만 학교가 불이 나서 더 이상 다닐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서울 마포의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에 학교를 다니던 중 가정형편상 일과 학업을 더 이상 병행할 수 없어 학교를 포기한 채 직장 일에만 전념했다. 다니는 학교마다 줄곧 반장을 하면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초등학교부터 상급학교까지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 김연아의 형상 안에는 福 글자가 100개 들어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그럭저럭 안정된 삶을 살았는데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1983년 부천 심곡동으로 이주해 33년 째 정주하고 있다. 부천에서 오랫동안 개인택시를 하면서 틈틈이 서예공부를 했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국전에도 두 차례 입선을 하고 경기도 및 경인미술대전에서도 우수. 입선 등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지방 공모전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는 작가는 서예뿐만 아니라 사군자를 비롯해 본인이 직접 고안해 낸 현대서예체를 3년 전에 저작권 등록까지 했다.

▲ '황금 백만 냥이 한 자식 가르친 것만 못하다'는 안중근 의사의 글귀

정윤철 작가가 창안해 낸 서체는 여자의 신체를 글자체에 다양하게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색깔은 노랑, 빨강, 파랑. 검정만을 사용한다. 네 가지 색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선명하고 깨끗해 글자가 바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현대서예체를 활용해 빼곡히 쓴 천자문에는 무려 8천 5백 명의 인물 군상이 들어가 있다. 눕고, 엎드리고, 구부리고, 서 있는 자세가 주를 이룬다. 이번 송내어울마당 아리솔갤러리에는 전시장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 총 74점이 선보였다. 공간만 허락된다면 집에 있는 40여 점의 작품을 더 전시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서 기회가 되는 대로 또 다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을 갖고 있다”는 말에 산수(傘壽)를 넘긴 작가에게서 왕성한 창작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송내어울마당은 5층 건물로 부천최초의 복합문화시설 공간으로 지하 1층에 아리솔갤러리를 두고 있다. 첫 전시회로는 지난 4월 1일~14일까지 조각가 김창섭(부천예총 전 회장)의 개인전이 열렸고 이어 15일부터 28일까지 정윤철 작가의 ‘한글아 놀자’ 전시회가 열렸는데 13일간의 전시기간 동안 400여명의 방문객이 성황을 이루었다. 아리솔갤러리 개관기념으로 올 연말까지 무료대관 할 예정이다. 

부천문화원 (아리솔갤러리대관문의)☎ 651-3739

복사골기자  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