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걸었어. 이제는 놓을래”

부천FC1995 은퇴선수 정현민

▲정현민 은퇴식 기념사진. 왼쪽부터 정해춘 대표, 정현민, 박문기 선수 (사진제공 부천FC1995)

 나의 동료 문기에게

모든 걸 나누고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나의 친구이자 동료 문기야! 같이 은퇴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고마웠다. 우리 약속했던 것 기억나? 선수생활 여기서 시작했으니 여기서 끝이라고, 그리고 여기서 같이 은퇴하자고 그 약속 같이 지켜줘서 고맙다.

 우리의 전성기 2008~2009년 다른 구단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어도 가지 않았지. 그 때 움직이지 않았던 걸 잠깐 후회한 적도 있지만 여기서 이렇게 은퇴한 것이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알았다.

3부리그 동료들에게

 태영아 석진아 종만아 우리 원정 경기 갈 때 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함께 웃고 떠들고... 출전선수가 직접 차 몰고 가서 경기한다는 현실이 애처로운 게 아니라 이제는 기쁜 추억이 될 수 있게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

 출전수당만으로 경기를 뛸 때 우리는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지.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놈. 거의 매 경기 뛸 수 있어서 수당을 챙길 수 있었고, 벤치에 앉아있던 후보 선수들은 그나마도 없었으니 미안한 마음 가득했다.

5년 동안 뛴 결과 109경기 출전선수라는 타이틀을 달았네.

처음엔 100경기 출전해야겠다는 각오도 없었어.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한 가지 생각. 그래서인지 부상이 많았구나. 나는 내가 못 막아서 골이 들어가는게 너무 싫었어. 부딪혀서 막을 수 있다면, 내 한 몸 던져서 막을 수 있다면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다치는 것이야 상관 없었지.

가족들에게

 은퇴하는 날 보고 나의 아내 승민이는 “이제는 부상당할 일 없으니 잘 됐어”라며 쿨하게 말했어. 친구에서 연인 그리고 이제는 나의 아내가 되어준 승민아 고맙고 사랑한다. 지금은 부상 때문에 우리 아기 갖는 것 잠시 미루었지만 빨리 회복해서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자.

 아버지 어머니 항상 “네가 원하는 길이니 실컷 해 보렴”이라며 뒤에서 응원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팀에서 제외 됐을떄 많이 속상하셨죠?

하지만 둘째아들 현민이 걱정 마세요. 이 또한 지나가고 이제는 아버지 사업 익히는 것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니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부천FC1995 선수들에게

 선발전과 개막경기 모두 보았다. 초반에는 흔들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잘~하더라.

 종우, 건, 순석, 태영, 영진아 너희들은 그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한 거니까 그 안에서 다음 단계를 이뤄내길 꼭 바래

 종우야 주장으로서 역할 잘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신입선수들과 기존선수들과의 조화 잘 이루어질 수 있게 힘쓰길 바란다.

 그리고 창균이 민현이 등 신입선수들아 팀에 보탬 되는 선수들로 뛰길 바란다. 몸 사리지 말고 그리고 개인적 욕심 부리지 말고 승격팀에 들어온 기회 소중히 생각하길 바란다.

부천FC1995를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팬 여러분 은퇴식 날 액자 머플러 꽃다발 등 많은 선물 챙겨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3부리그 시절 대전에서 올라와 응원해주신 것, 큰 보드판에 정성어린 손 편지 등 선물과 관심들 잊지 못합니다.

 저는 이제 그라운드에 남아있지 않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 끝까지 지켜주세요.

그리고 경기에서 지더라고 꼭 응원해주세요.

 하지만 심한 욕설은 피해 주세요. 상대팀에게 하는 욕설이라도 그 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뛰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 못 지키고 떠나게 돼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아쉽습니다. 팀 선발에서 제외 됐을 때 다른 구단에서 부상이 완치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도 제가 가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 팬 여러분들이 눈에 밟혀서였습니다.

이제는 팬 여러분들처럼 저도 부천FC의 열렬한 지원자가 될께요.

선수들 축구화 한 켤레라도 제 돈으로 사주고 싶은 마음이기에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서 도움주고 싶습니다.

 부천FC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3부리그에 있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부천FC는 이 과정이 있었기 떄문에 존재한 것입니다. 초심의 마음 꼭 잃지 마시고, 이제는 같이 응원하겠습니다.

이 글은 정현민 선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 선수는 팀에서 뛰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부천FC의 12번째 선수, 헤르메스가 되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무거운 마음 일 텐데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 준 정현민 선수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 김덕영 (제2기 부천시블로그기자단)

*사진 : 김덕영, 부천FC1995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