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당동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성완 과장

#1. 페어차일드 박 과장의 ‘교육열’

수업이 지루해진 아이들은 조르기 시작한다. 과자를 먹어도 되느냐, 일찍 끝내주면 안되느냐는 식의 요구이다. 이에 선생님은 영어 끝말잇기 게임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과자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아이들이 솔깃할 제안을 한다. 아이들은 이내 신이 나서 영어 단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느라 열심이다.

2015년 6월 25일 오후 5시 30분. 불금 보다 더 알차게 지내야 하는 목요일 저녁이다. 황금 같은 휴식시간이다. 칠판 앞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3:1로 힘든(?) 끝말잇기 싸움을 하는 ‘베테랑 선생님’에겐 사실 직업이 따로 있다.

‘쌔앰’은 직장인

주인공은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위치한 페어차일드에서 근무하는 박성완 과장이다. 박 과장은 도당동주민센터 2층 공부방에서 올해 초부터 초등학생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복지협의체(위원장 김동국)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목요일과 금요일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공부방을 연다. 공부방 교사인 페어차일드 직원들은 휴일이나 근무가 아닌 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한다.

회사에서 하는 일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공부방에서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까? 박 과장의 이야기다. “어느 날 회사 게시판에 공부방 선생님 모집 공고가 올라왔어요.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지 망설였습니다. 아들이 11살이라 자연스레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작은 재능이지만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박 과장은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다. 그는 학교처럼도 아닌, 학원처럼도 아닌 그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름의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교육’을 한다기보다는 소통할 수 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학교나 학원에서 이미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그래서 시험 준비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피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재미있게 수업하고 게임도 하는 등 다양하게 준비한답니다.”

영어 잘해야 되요?

그래서일까. 그에게 ‘아이들과의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교실이 아니었다. “어린이날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같이 축구하고 분식집에서 맛있는 것 먹고 놀았어요. 그날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회사에서 축제나 어린이날 행사가 열릴 때면 아이들을 초대해서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해줘요. 도당산에 벚꽃이 필 즈음에 ‘실리콘 축제’가 열리는데 그 축제에 아이들을 초대했어요. 초대가수 공연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참고로 실리콘 축제는 페어차일드의 정기적인 회사 축제이다. 축제에 왔던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회사가 정말 좋아요. 이 회사 오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영어 잘해야 되요?”라고. 박 과장의 말처럼 시험 준비나 강압적인 분위기만이 아이들에게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공부방 일대일 수업

아이들의 수호천사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공부방’을 만드는 것은 박 과장 혼자가 아니다. 중학생 영어를 담당하는 같은 회사 어느 과장과 공부방 수업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는 한다운 씨도 함께이다. 이들은 페어차일드 봉사동아리인 ‘수호천사단’ 소속이다.

그리고 하나 더.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들’이 항상 교실에 함께 한다. 바로 페어차일드 임직원들이다. 수호천사단의 살림을 맡고 있는 한다운씨는 페어차일드의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후원금 공제 신청을 하면 일정 금액이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됩니다. 천사라는 의미에서 1구좌에 1천400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적게는 1구좌부터 여러 구좌까지 신청합니다. 그 기부금은 수호천사단 봉사활동에 쓰입니다. 공부방의 경우에는 아이들 교재도 구입하고, 간식도 준비하고 있어요.”

서로서로 배워간다.

박 과장은 ‘나눔’도 ‘가르치는 것’도 달리 생각하라고 한다.“나누는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대치를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져요.‘하면서 배운다, 서로 배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돼요. 멀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인터넷으로 ‘1365자원봉사포털’에 접속해보면 다양한 봉사를 찾을 수 있어요 가르치는 것은 처음인데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같이 생각하고, 서로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고민이 있는 친구들과는 고민상담도 하며 많이 가까워졌어요.”

이미 학창시절을 보냈고, 직장생활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 공부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는 박 과장. 그는 ‘뒤늦은 깨우침’을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려한다. 아이들과 함께 그도 하루하루 서로가 서로를 배워가는 중이다.

#2. 20년 노숙을 끝내다

부천시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다양한 복지 대책을 마련해 운영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제도의 복잡함과 그 한계로 인해, 빈곤과 소외에 시달리면서도 국가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웃도 많다.

하루하루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이웃에게는 타인의 도움이 너무나도 절박하다. 실로 아슬아슬한 순간, 부천시의 손길로 삶을 되찾은 사람들. 그들을 만났다.

아슬아슬한 순간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르신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김혜진 사례관리자. 이 씨의 거처를 처음 찾아간 순간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과연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었어요.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고, 먼지 쓰레기가 널브러진 게 마치 전쟁 피난민을 연상케 했죠. 처음 이 씨를 봤을 때는 옷차림도 남루했어요. 그런데 얼굴 표정은 밝았어요. 처음 만나는 저희에게 적대심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찾아 와 줘서 정말 고맙다는 표정이었어요.”

10년 동안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잊고 거리에서 살아온 이 씨. 그러던 중 불현 듯 ‘아, 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지’라는 생각으로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고향인 오정구로 돌아왔다. 오정구에서 가족을 만난 이 씨는 짧으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떴다.

다시 고아로 돌아갔다. 다시 10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다. 그리고 10년 만에 누이의 손에 이끌려 오정동으로 돌아온 이 씨는 남동생이 운영하는 건강원의 허름한 창고에 간신히 몸을 뉘었다.

몸과 맘을 돌보다

“거주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동사를 했어요. 그런 환경에서 이 씨가 버텨온 것이죠. 사정을 조사해보니 이 씨는 과거에 2천만 원 가량의 빚이 있었어요. 그렇게 신용불량자가 된데다 20년 세월 가까이 노숙을 하다 보니 주민등록도 말소돼 국가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것이죠.”

전보다 나을 것 없는 생활에 가을이 되면 다시 노숙을 할 결심이었다는 이 씨. 누군가 자신을 찾아준 것 자체만으로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오래도록 열악한 생활을 지속한 탓에 이 씨는 고혈압에 심장질환을 앓았다. 앞니까지 모두 빠져버린 상태였다. 이에 오정동 복지협의체는 이 씨에게 월세 주택의 1년 치 비용 300만 원을 긴급으로 우선 지원했다. 또한 각종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등 이 씨의 자활이 가능해질 때까지 사후 관리를 지속할 전망이다.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에 사는 허 씨는 건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미장공이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허 씨는 오른손과 오른다리가 마비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후유증을 앓았다. 당시 허 씨와 상담을 진행했던 김금숙 사례관리자의 이야기다.

“사실 허 씨는 이전부터 뇌출혈로 세 번 쓰러진 이력이 있어요. 그런데 병원비가 없어서 적절한 치료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온 몸이 상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죠. 처음 상담을 진행했을 때 허씨는 ‘내가 내년까지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냥 자살을 할 것이다’라며 눈물을 보였어요. 처지와 생활고를 비관한 우울증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죠.”

시스템으로 잇다.

이에 고강본동주민센터와 복지협의체는 부천성모병원과 연계해 허 씨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또 다른 뇌출혈 증상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한 근로 능력이 상실됐음을 증명해 기초생활 수급자 혜택을 받았다. 시스템처럼 이어진다.

“허 씨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마음의 병이었어요. 내년까지 자신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살을 하고 말겠다는 의사를 계속 보였거든요. 스스로 운동을 해서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고집이 강하신 데다, 병원생활에도 좀처럼 적응이 힘들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조기 퇴원을 하곤 했어요.

이에 허 씨에게 생계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자 머리를 맞대었다. 우선 자연스럽게 장애를 수용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함을 도출하였다. 접근방법으로는 장애인 멘토와 봉사활동을 연계해 자신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다른 장애인을 만나면서 처지를 비관하지 않도록 ‘주위를 환기’하는 방법으로 자살생각을 낮출 계획이다.

또한 오른손 사용이 불편한 허 씨는 식사 준비를 어려워한다. 노인 가구도, 등록된 장애인도 아니라서 주민센터의 밑반찬 연계가 쉽지 않았다. 동 복지협의체를 통해 고강동시장의 반찬가게에서 도움을 받았다.

협의체 위원이자 시장상인회 회장이 손이 불편한 허 씨를 위해 반찬가게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반찬가게도 선뜻 도움을 준 것이다. 허 씨는 주1회 김치와 밑반찬을 지원받게 되면서 식생활 안정과 이웃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얻고자 노력하면 그에 대한 응답이 온다는 의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탈무드의 격언도 있다.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우리의 일상에서도 통용되는 진리다. 실제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이웃들을 만났던 사례관리자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입을 모은다.

“거의 벼랑에 끝에 이르러서야 도움의 손길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조금만 더 일찍 저희를 찾아오셨으면...’하는 경우가 많죠. 불행한 상황에 갇힌 사람은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아요. 하지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 스스로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말씀하는 분을 보는 것으로도 큰 보람입니다. 부디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듯해질 부천시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삶 속에서 좌절과 실패를 맛볼 수 있고, 사회는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정말 자신의 삶이 어렵고 힘들다면 주위사람들, 각 동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자. 부천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언제라도 도움의 손길을 뻗칠 준비가 되어있다. 부천시 각 동 복지협의체를 통해 따듯할 준비를 마친 도시이다.

▲ 부천이웃사랑백서

#3. 「부천이웃사랑백서」는?

부천시는 부천시민의 자발적인 이웃돕기 소식과 부천시 각 동 복지협의체의 활약상이 담긴 「부천이웃사랑백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부천이웃사랑백서」는 모두 68쪽 분량으로 치킨을 기부한 치킨집 대표나 그날 매출의 일부를, 혹은 커피 값의 일부에 이웃사랑 기금을 담은 나눔가게 등을 소개한다.

이번 「부천이웃사랑백서」는 부천시 블로그기자 최수진, 이배운 기자가 직접 취재에 참여해 세밀한 이웃사랑의 현장과 주인공 인터뷰 등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부천시 복지국 허모 국장은 “동네의 이웃사랑에 동참하자. 동 복지협의체와 지역 통장이 어려운 이웃을 찾고 필요한 곳에 꼭 맞게 잘 활용할 것” 이라며 “아웃을 사랑하는 시민이 진짜 문화특별시 부천시민”이라고 밝혔다.

[복지운영과 복지운영팀 032-625-4101]